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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철수 후보, 정식으로 정색하고 정치하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찔끔 정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답답하다. 안 후보는 23일 인천 인하대 특강을 통해 의원 수 및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17일 세종대 강연에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요소 도입, 의원 특권 포기를 요구한 데 이은 정치혁신 2탄인 셈이다.

안 후보는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수는 헌법상 200명인데도 정치권이 제멋대로 늘린 것이며, 정당 국고보조금은 전두환 정권 때, 중앙당은 5ㆍ16 쿠데타 때 도입된 것으로 군사독재의 유산이니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신인이 대놓고 이런 주장을 펴도 할 말 없는 우리 정치가 곱씹어야 할 사안들이다. 국회의원들이 밥값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는 한 건지 묻고 싶은 것은 비단 안 후보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 후보의 이런 지적은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 보인다. 우선 새롭지 않다. 국회의원을 줄이자면서 대신 비례대표를 늘리자면 결국 선거구 개편 문제로 방향이 틀어진다. 또 국민의 세 부담 역시 마찬가지다. 이보다는 금배지의 특권을 어떻게 내려놓을지 더 깊은 성찰이 있어야 했다. 정당의 국고보조금이나 중앙당을 축소 또는 폐지한다고 선진정치가 구현될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민의의 든든한 방편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송두리째 무시할 수는 없다. 개선할 여지에 대해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했다.

안 후보에 대해 ‘손쉬운 치고 빠지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민주당이 “고민은 이해하지만 제시한 내용에 대해선 책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한 줄짜리 논평을 내놓은 것이 그렇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건 마치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와 같다”고 일축했다. 말하기는 쉬워도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얘기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자질 여부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는 금과옥조이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구태로 싸잡는다면 자기본위의 이분법적 사고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안 후보의 이런 처신에는 민주당이 이바지한 바가 결코 적지 않다. 국가 장래보다는 오로지 정권을 되찾는 데만 온갖 신경을 써온 결과 아닌가. 안 후보는 더 이상 남 타령을 하거나 지엽적인 사안을 거론하기보다 ‘이것이다’ 싶게 집권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도리다. 국민 앞에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종합적인 정견을 정색하고 하루빨리 내놓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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