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침체 이례적 장기화
국제 시장 동향 한국에도 영향
이젠 한국만의 정책으론 한계
새정책 패러다임 고민해야할때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국제 금융위기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었다. 경제의 여러 부문 중 특히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심한 편에 속한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여 버블에 대한 염려를 할 정도였던 것이 거품 붕괴를 걱정할 정도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반전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경기침체는 현재 진행형일 정도로 오래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버블 붕괴에 의해 부동산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되는 경우가 일본 등과 같이 특정 국가에서 발견된 예는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된 예는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작금의 상황은 대공황과 같이 두고두고 연구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국제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상황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국제적 공조성의 증가이다. 세계 각국의 부동산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국제적 공조성이 증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시장기본가치를 결정하는 요인들의 국제적 공조성의 증가가 한 요인이다. 2008년 이후 각국의 경제성장률의 움직임은 그 이전 기간에 비해 놀랄 만큼 유사해졌다. 실제로 2008년 이후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구해보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도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의 시장기본가치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같이 움직이니 부동산 가격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부동산 금융 관련하여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혁신이 일어났다거나 부동산의 리스크를 결정짓는 요인들의 국제적 수렴이 일어난 것 등도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국제적 공조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세계 각국의 부동산 가격이 공통된 추세치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는 어떤 국가가 이 추세치를 결정하는가이다. 여러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추세치를 결정하는 국가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에 의해 부동산 가격의 변화 방향이 결정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이 변화 방향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의 유효성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1970년대 초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 중 하나가 소위 ‘냉온탕식’ 정책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는 경우 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경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경기변동의 진폭을 다소나마 줄이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한 것도 사실이다. 냉온탕식 부동산 정책에서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은 소위 뒷북치기의 위험성이다. 정책을 집행할 시기를 실기하여 정책의 효과가 없거나 혹은 예상했던 것과 반대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상당히 있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국제적 공조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추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추세에 따라가는 국가라는 사실은 부동산 정책의 효과에 대한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든다. 냉온탕식 정책의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임대차제도인 전세제도 하에서 매매가격과 임대가격의 변화방향이 상충되는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향후 부동산 정책의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