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현역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임원회의를 들어가기에 앞서 상사와 둘이 차를 한 잔 하게 되었는데, 좋은 생각이 있어서 문득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영업실적이 부진한데 이는 조직 구분이 잘못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전국단위 조직을 이리저리 개편해야 하는데 오늘 회의에서 제가 발표하겠습니다’했더니 ‘아, 좋은 생각이에요’란다. 그러나 웬걸! 막상 회의에 들어갔더니 상사가 벌떡 일어서서 ‘제가 오늘 영업조직 개편안에 대해 한말씀드리고자 합니다’하더니 내가 한 이야기를 줄줄이 발표하는 게 아닌가. 순간 아연실색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상사에게 항의했느냐고? 그러지 않았다. 이야기해봐야 ‘나도 줄곧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김 이사 이야기를 듣고 확신이 섰다’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아무말 안 하고 있음으로써 ‘빚진 마음’을 만들어두고, 훗날을 도모하는 게 낫다.
어쨌든 아이디어는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정말 지켜야 할 아이디어가 있다면 입을 굳게 다물고 필요한 자리에서 자기말로 해야 한다. ‘침묵이 금’이던 시대는 갔지만 말을 아끼는 것은 여전히 현명함의 제1조다. 특히 높은 사람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말을 많이 할수록 당신의 아이디어가 술술 새어나갈 뿐만 아니라 감춰야 할 진실도 새어나가고, 얕은 바닥이 드러나고, 급기야는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치게 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려면 자신의 의도를 숨길 줄 알아야 한다.
직장인이여! 입을 무겁게 하라. 아무리 자기 PR의 시대라지만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은 패를 펴놓고 카드를 치는 것과 같다. 경솔함을 후회해봐야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명심하라. 하수는 떠벌리고, 고수는 끝까지 듣는다.
김용전 (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