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아랍어 이상 열풍이 불고 있다. 제2외국어 영역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가운데 40%가량이 아랍어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수능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로 아랍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서울 대치동 등 주요 입시학원가에는 ‘단기 속성 아랍어 강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그나마 대부분 응시자는 아랍 글자 앞뒤도 판독을 못하는 까막눈으로 시험을 치르겠다는 ‘찍기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써 4~5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 1565개 고등학교에서 아랍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는 딱 3곳뿐이다. 그런데도 아랍어 시험을 보겠다는 수험생이 넘치는 이유는 뻔하다. 점수 따기가 쉽기 때문이다. 중국어ㆍ일본어 등 다른 외국어는 현지에서 살다 왔거나 외국어고에서 전공한 학생이 많아 고득점을 따도 높은 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반면 아랍어는 선택 수험생 대부분이 백지 상태여서 선호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오죽하면 ‘주인 없는 언어’라고 하겠는가. 성적 지상주의 우리 교육의 비뚤어진 자화상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는 이미 국제 공영어가 된 지 오래고, 적어도 두세 개의 외국어 구사 능력은 글로벌 시대에는 필수다. 중국어ㆍ일본어ㆍ독일어ㆍ프랑스어ㆍ스페인어ㆍ러시아어와 함께 아랍어를 수능과목으로 채택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런데 수험생의 절반은 글자도 모르면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우리 외국어 교육 체계가 이렇게 허술하게 돌아가는지 안타깝고 한심하다.
당장 수능 점수 환산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형편없는 점수를 받고도 ‘다 같이 못했으니’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는다면 다른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과목별 표준점수와 함께 원점수를 공개해 이를 대학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형평성이 유지된다. 수년째 똑같은 현상이 벌어지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교육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