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었지만 앞길은 오리무중이다. 지금쯤이면 대진표가 확정돼 후보 간 본격적인 대결이 볼 만하게 이뤄지고, 유권자들은 정책ㆍ인성ㆍ비전 등 후보 검증의 권리를 톡톡히 행사함과 동시에 그 재미를 쏠쏠하게 즐겨야 정상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당장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로 3각 구도가 끝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문-안 단일화가 성사돼 2파전이 될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갑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본 골격인 선거구도조차 안개 속인 것이다.
문제의 핵심이 바로 문-안 단일화 여부다.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문 후보는 단일화를 하자며 떼쓰다 시피 하고, 안 후보는 중순까지 미루자며 치고 빠지기에 바쁘다. 시간이 없다며 기초적인 대화라도 하자는 문 후보 측과 맘만 먹으면 사나흘이면 뚝딱 해치울 수 있다는 안 후보 측의 주장에 유권자들은 그저 벙벙할 따름이다. 지금으로선 딱히 기초적인 대화채널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급한 정치세력과 순진한 비정치조직 간의 시각차부터 좁히지 않는 한 단일화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시간이 문제다.
앞서 양측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단일화의 가치부터 국민에게 이해시키라는 주문이다. 단일화는 누구도 회피하기 어려운 국민의 부름이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기본위의 주장일 뿐이다. 언제 국민이 그토록 애절함을 보였는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왜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묻지마’식으로 세력을 키워 오로지 정권만 차지하면 된다는 식은 문ㆍ안 후보가 입만 열면 내세우는 국민의 뜻과도 크게 어긋난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 측 김민영 공동선대위원장의 언급이 눈길을 끈다. 그는 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두 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세력인지를 토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안 후보 측이 지나치게 토론과정을 회피하고 있어 접근이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매우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하지만 안 후보 입장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무엇보다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며 정치에 발을 담근 그로서는 기성 정치세력과의 단일화 자체를 구태로 몰아붙이면 피할 방도가 없다. 단일화에 관한 한 이기든 지든 손안의 패는 피장파장이다. 이기면 기성 정치세력과의 야합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명분과 출마 당위성이 급소로 바뀔 것이고, 지면 판만 키우고 빠지는 거간꾼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는 처지가 된다.
문-안 진영이 단일화만 하면 승리한다는 생각도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 안팎에서 단일화 경계론이 대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단일화가 반드시 승리를 담보하거나 보장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일갈했다. 승리에만 몰두하다가는 놓치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제라도 문ㆍ안 두 후보는 준비 없고 무질서한 단일화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주장에 귀를 열고 단일화 자체에 대해 더 심사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