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물질적인 면만 고려한다면 우리의 생활 정도가 세종대왕 때보다 더 낫다. 기술 개발 덕분이라고 가볍게 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실제로 기술이 현실에 드러나는 과정은 복잡하다. 기술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초기에는 효율이나 효용이 기존 기술보다 떨어진다.
특히 사회가 기존 기술에 적응해 운영되고 있다면 장벽은 더욱 높고 새로운 기술들은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개발의 속도를 늦추게 된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해서 새로운 기술이, 더 엄격하게는 우리 인류에게 유용한 기술이 생기는 것이다.
현대산업사회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인은 에너지다. 우리가 이처럼 풍요롭게 잘살게 된 것은 화석 연료의 이용이 그 바탕에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지구의 풍부한 석탄과 석유를 개발해 빠른 발전을 이뤘다.
수억년을 통해 축적된 이 에너지원은 저렴한 가격으로 19세기 이후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재생 가능하지 않는 이 에너지원들을 인구의 증가와 개도국들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수요에 맞춰 생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맞고 있다.
더불어 이 에너지원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순환 체제에 급격한 변화를 유발해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 21세기의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미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에너지 사용법을 다양화하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소위 선진국을 중심으로 조용하게 그러나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가 좋은 예다. 2011년 10월부터 파리에서는 시내에서 전기차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는 오토리브라는 전기자동차 대여 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3000대의 공용 전기차를 통해 2만2500대의 개인 자동차의 운용을 대체하고 20%의 탄소 절감을 이뤄내려는 목표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차와 충전소를 확충하고 있다.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주행거리나 편의성에서 약점이 많은 전기자동차를 활용할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장벽을 없애고 있는 중이다.
정보기술 개발 초기에 미국 국방부가 실리콘밸리에 시장과 테스트베드를 제공한 것과 같이 새로운 기술이 우리 인류에게 유용하게 되기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들이 많다.
이러한 전환을 무리 없이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가 상상력을 가지고 비전에 대해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사회에 이른 시간 안에 끌어들이기 위한 테스트베드와 실험적 시장 형성은 실패의 가능성과 초기 사회적 비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를 감수하지 않고서 조속한 기술의 전환을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