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후보 MB의 발언을 2012년 되새김질하다 보면 대통령 MB에게 화살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통령 역시 전통(?)을 이어받아 측근, 친인척 비리로 지지율이 바닥이다.
정치 정산(?) 다큐멘터리라는 낯선 장르의 영화가 화제다. 다큐멘터리로는 대박인 관객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입소문도 빠르다. ‘MB의 추억’이란 제목만으로 무엇을 정산하겠다는 것인지 기획 의도를 절반은 알 수 있다. 여기에 예고편만 봐도 영화를 거의 본 느낌이다.
2007년 MB는 힘이 넘쳤다. 지지율은 50%를 웃돌고, 상대후보 정동영은 20%에 못 미치는 약체, 노무현 대통령은 힘이 없었다. 파란 목도리를 두른, 완승을 눈앞에 둔 후보 MB의 말은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이런 정권을 이 이상 5년 더 연장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서민을 위한다고 했던 정부가 과연 무엇을 했는가”란 말을 쏟아냈다.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명박 후보 48.7%, 정동영 후보 26.1%, 표차이는 532만표에 달했다. 하지만 곰곰이 복기를 해보면 17대 대선 1위는 MB가 아니었다. 전체 유권자로 다시 정렬하면 1위는 기권(36.9%), 2위는 MB(30.5%)다. 63%라는 저조한 투표율 때문이다.
어쨌든 2007년 후보 MB의 발언을 2012년 되새김질하다 보면 대통령 MB에게 화살로 되돌아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대통령 역시 전통(?)을 이어받아 측근, 친인척 비리로 지지율이 바닥이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여론조사를 보면 집권 5년차 3분기 긍정평가 응답률은 이 대통령이 23%다. 같은 시기의 노무현 대통령(27%), 김대중 대통령(28%)에 못 미친다. ‘잃어버린 10년’이라 비판했지만 지지율로 보면 그 10년보다 못하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룰라라는 익숙한 이름으로 알려진 전 브라질 대통령은 그래서 더욱 경이롭다.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2010년 말 물러난 그는 퇴임 직전 지지율이 87%였다. 정치인의 지지율이 90%에 육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많이 가졌든 가난하든 모든 이들에게 지지를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에 승리해 자신감이 넘치는 취임 초가 아닌, 자신의 실력이 드러날 대로 드러난 퇴임 시점에서는 기적적인 수준이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2002년 대통령 당선증이 자신의 삶에 최초의 증서였던 선반공 출신, “룰라 당선으로 브라질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것(조지 소로스)”이란 얘기를 들었던 그는 재선에 성공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룰라는 내 우상”이란 칭송을 듣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됐다. 취임 당시 국가부도를 염려할 수준의 나라였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8위로 끌어올렸고,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가 상징하듯 대국으로 다시 올라섰다. 룰라 지지율의 비밀은 평범하다. “단 한 명이라도 굶주림을 겪고 있다면 우리는 수치심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닐 충분한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했지만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반대하는 사람과도 무릎을 맞대며 얘기했다. 2002년 취임사 말미에 그는 신에게 기도한다. “통치를 위한 지혜, 판단을 위한 시야, 관리를 위한 마음의 고요함, 결정을 위한 용기”를 달라고.
신이 룰라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8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눈물을 흘리고 청와대를 떠날 대통령은 우리에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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