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전 관리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일부 부품이 가짜였다는 충격적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8개 부품업체가 2003년부터 올해까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보증서 60건을 위조, 237개 품목의 7682개 제품을 납품했다고 한다. 엉터리 부품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영광원자력발전소 5, 6호기는 문제의 부품을 전면 교체하기 위해 일단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당연한 조치이나 국민들은 혼돈과 불안 속에 그야말로 멘털이 붕괴될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안전관리 직원의 마약 복용, 납품 비리와 사고 은폐 등 그동안 불미스런 사건과 사고가 줄을 이어 원전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원전의 생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안전이다. 방사능 누출 등 대형 원전사고는 사소한 실수와 관리 소홀에서 비롯된다.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 벌어지면 그 결과가 어떤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통해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했다. 그런데도 짝퉁 부품을 태연히 끼운 채 원전을 돌렸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 놀랍고 한심한 것은 10년 동안 엉터리 부품이 납품됐는데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부품업체 내부고발에 의해 불거졌기에 망정이지 대형 사고가 터질 때까지 모두가 까막눈으로 지나갈 뻔했다. 그만큼 우리 원자력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핵심 부품은 아니어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안전 타령만 늘어놓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해명은 듣기 민망할 정도다. 차제에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관리 감독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원전의 신뢰가 더 추락하면 원전 정책 자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전력 당국과 한수원은 이번 사태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는 지금으로선 원전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반대가 확산 추세다. 우리도 대선에 출마하는 안철수ㆍ문재인 후보가 ‘원전 확대 반대’를 분명히 할 정도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는 이렇게 많다.
영광 5, 6호기 모두 100만㎾급이라 가동 중단에 따른 겨울철 전력난이 당장 걱정이다. 블랙아웃 발생 가능성도 높다고 하니 당국은 전력 안정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화가 나지만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