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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생활, 그 불편한 진실들…박인호 전원칼럼리스트
11월에 접어들자 강원도 홍천 산골은 벌써 겨울이다. 연일 된서리가 들녘을 하얗게 뒤덮는다. 집 창밖으로 심술궂은 찬바람에 떨고 있는 나목(裸木)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이때가 되면 봄부터 가을까지 산과 들, 강과 계곡 어디서나 눈에 띄던 도시인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시골 땅과 농장 등을 부지런히 답사하며 인생 2막 귀농ㆍ귀촌을 설계하던 이들 또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이왕이면 꽃피는 봄과 시원한 여름, 단풍이 물든 가을에 찾아와 3색 계절의 멋과 맛을 즐기면서 좋은 인연의 터도 만나고 싶어 한다. 겨울만 왕따다.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그 해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장장 6개월이나 된다. 살아보면 알게 된다. 도시인들의 로망인 전원생활이란 결국 일 년의 절반은 겨우살이인 셈이다. 굳이 강원도가 아니더라도 산간지역의 겨울은 지겨우리만치 길다.

이렇듯 전원생활의 주 계절은 겨울인데, 심지어 예비 귀농ㆍ귀촌인들 조차도 이 겨울의 참 모습을 제대로 보고, 알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전원의 속살이 드러나는 게 바로 겨울이다. 그런데도 봄, 여름, 가을에 잠깐 잠깐 맛본 환상적인 전원의 모습만이 마치 전원생활의 전부인양 착각한다.

강원도 산골의 겨울은 정말 춥다. 한겨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예사다. 한 달 내내 아침 최저 영하 20도 이하의 한파가 몰아친 적도 있다.

필자의 가족은 홍천 산골에서 두 번의 겨울을 나면서 군대식 극기 훈련에 버금가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눈길에 미끄러져 차가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를 겪기도 했고, 추위를 피해 집 천장으로 피난 온 쥐떼를 소탕하기 위해 한바탕 쥐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무섭다는 말도 실감했다.

자칫 기대와 환상만을 안고 시작하는 전원생활은 위험천만하다. 당장 춥고 외롭고 불편한 첫 겨우살이와 맞닥뜨리면 십중팔구 그 환상은 깨진다. 전원생활의 불편함은 비단 겨울 뿐만 아니라 봄, 여름, 가을에도 곳곳에 깔려있다. 다만, 그 계절이 주는 낭만적 분위기에 취해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할 뿐이다.

전원생활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귀농ㆍ귀촌을 설계 중이라면, 실제 전원행(行)을 서두르기 보다는 가급적 준비단계에서 이런 전원생활의 불편함을 ‘미리’, 그리고 ‘자주’ 체험해보는 게 좋다.

특히 귀촌의 경우, 단지 춥고 외롭고 불편한 전원생활을 견디다 못해 도시로 U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일단 전원생활 초기 2~3년의 적응기에 각종 불편함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전원에 뿌리를 내리는 게 중요하다.

전원생활 역시 연착륙이 필요하다. 미리 계획하고 체험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된 전원생활은 초기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후 전원의 겨울은 더 이상 ‘시련의 계절’이 아니다. 오히려 호젓함과 무욕, 순백의 세상을 만끽할 수 있는 ‘안식의 계절’로 맞이할 수 있다. 전원에서의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여! 이 겨울, 피할 수 없는 전원의 불편함을 반드시 미리 즐겨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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