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논의 물꼬는 텄지만 그 끝이 ‘아름다운 것’이 될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 밀고 당기고 기 싸움에 급급한다면 지루하다 못해 짜증을 낼 국민들이 적지 않다. 야권의 지지부진한 단일화가 전체 대선정국에 미칠 부정적인 면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무엇보다 국가 대사인 대통령 선거가 제 모양을 갖출 수 있도록 양측은 가부간 최대한 이른 시기에 결론을 내야 마땅하다.
과거에도 대선이 야권 단일화라는 장막에 가려 후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음은 두말이 필요 없다. 단일화는 그 필요성을 가진 이들의 정치적 당면과제일 뿐이다. 가치보다는 오로지 시간에 쫓겨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일화의 폐해는 그야말로 심각하다. 어느 한순간에 수백만 명 이상이 될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단순한 덧셈 놀음에 신성한 투표권을 놓고 혼란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정의 정치적 영리나 목적에 선거구도가 휘청거리고 표심이 좌우되는 것이야말로 안 후보가 뜯어고치자는 구태정치와 똑 닮지 않았는가. 대선정국이 기형으로 흐른 데는 무엇보다 안 후보의 미적지근한 행보가 결정적인 요인이라 해도 크게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일화를 하기로 한 이상 정치적 명운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책무가 있다. 국가 지도자감으로서 덕목과 비전을 가차없이 드러내고 새 정치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물론 안 후보 주장대로 자신의 대선 출마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세론 붕괴, 정치혁신의 첫 선거의제 부상, 네거티브 실종 등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일상이 버거운 나머지 분풀이하듯 해대는 현실도피적 반감정서를 정치혁신 과제로 섣불리 내거는 순진함은 단일화 협상 국면이나 결선에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단일화 과정 역시 정상 수순을 밟기는 어렵게 됐다. 대의원 투표나 국민경선 같은 것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모바일이든 여론조사든 누가 더 박수를 많이 받느냐가 승리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치킨게임, 다시 말해 배짱 싸움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이후 대선에서 면밀히 따지고 반성해야 할 또 하나의 정치적 과제를 남겼다는 사실 빼고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하고 불확실한 단일화 구도라는 것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