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로 2%대(2.8%) 전망을 내놨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가 2%대 성장을 한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삼성전자를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얘기 아닌가.
일본 언론이 한때 한국 경제를 가리켜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 적이 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발끈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해 1월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 축소를 그 이유로 꼽았다. 당시 윤 장관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갭을 메울 생산성을 (국내) 기업들이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충분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지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의 한국 경제는 어떤가. 불행히도 일본 언론의 지적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그 징후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캐시카우였던 조선,건설은 장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잘나가는 IT도 삼성전자를 빼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
본지가 지난 10월 16일 보도한 ‘한국에 삼성전자가 없다면…’이라는 기획에 대한 반향은 컸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것을 직접 계산해보니,한국 경제에 미치는 삼성전자의 영향은 지대했다.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기업 순익은 4분의 1이 없어진다. 무역 1조달러는 꿈 같은 얘기가 되고 주가는 1500선으로 쭉 밀려난다. 물론 전적으로 가정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인 셈이다.
증권업계는 꼭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직접투자 침체,간접투자 외면,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증권사,지점 무더기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일본 증권산업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할 조짐이다.
MB정부는 경제 공약에서 구호라도 있었다. 비록 실현은 안 됐지만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을 향해 매진했다. 이를 두고 이번 정부의 핵심 경제브레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747’은 ‘공약’이라기보다는 ‘비전’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공약이든 비전이든 목표는 뚜렷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경제상황 악화가 뻔히 보이는 현 시점에서 대선주자들은 어떤가? 누구도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누구도 제대로 된 성장을 말하지 않는다. 성장이란 단어가 이들 후보에게는 금기시될 정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로 마침내 2%대(2.8%) 전망을 내놨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경제가 2%대 성장을 한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삼성전자를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한다는 얘기 아닌가.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도 비전 제시는 없다. 이 와중에 기획재정부가 대선후보들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은행연합회장)이 내수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외친 것도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이들의 지적에 대선주자들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한국이 대통령이 바뀌는 내년부터 자칫 잃어버릴 10년이 시작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kimh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