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정치 바람이 거세다. 연말 대선과 함께 교육감 선거를 치르다 보니 더 심하게 느껴진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이 진보진영 후보 선출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및 고발을 촉구했다. 민주당도 질세라 보수진영 단일 후보인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새누리당 밀실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야 모두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해명하지만 진정이 없어 보인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권의 정파적ㆍ이념적 판단이 얼씬거리는 것 자체가 볼썽사납다.
출마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교육정책 공약은 뒷전으로 미룬 채 정치공방에만 연신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진보진영 후보들은 교육감이 되면 정수장학회를 엄밀히 조사해 바로잡겠다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직접 겨냥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우파가 교육감이 되면 ‘유신 교육’이 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대선판의 ‘유신 후퇴’를 본뜬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 교육감 권한 밖의 황당한 공약도 난무한다. 교육감 선거 출마자인지,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지금 우리 교육계는 그야말로 벼랑끝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망국적인 사교육으로 가계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고, 학생들은 입시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다. 근절은커녕 갈수록 기승을 더하는 학교폭력으로 꽃다운 학생들이 스러져가고, 이를 지도해야 할 교사들의 권위와 사기는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등하굣길 안전조차 장담할 처지가 못 된다. 수도 서울의 교육감을 하겠다고 나섰다면 이런 화급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 방안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에게 평가받는 게 순서다. 그러나 일부 출마자들은 교육감 자리를 대선판에 기대어 적당히 정치바람을 타면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교육은 정치권 변화와 무관하게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 더욱이 그 책임자는 교육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이념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선 안 된다. 오직 교육 백년대계를 걸머지겠다는 각오와 사명감으로 그 직에 임해야 한다. 이념과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사가 교육감이 되면 어떤 혼란이 오는지 곽노현 전 교육감을 통해 생생하게 목격했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 우리 2세들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교육감 선거에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