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등록일(25~26일) 전까지 단일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단일화 시기를 포함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정치혁신, 새정치공동선언 발표 등 7개 합의사항을 도출한 것이다. 일단 단일화가 목적인 이상 그 시한을 못 박은 것은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2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시일 안에 단일화 형식과 내용을 놓고 밀고 당기는 정치게임이 불가피하게 됐다.
두 후보가 내놓은 합의사항을 한데 꿰어보면 단일화는 아무런 불편 없이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우선 ‘엄중한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부터 결코 호락호락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칭 새정치세력이라는 안 후보 진영은 민주당을 포함해 현 정치권을 싸잡아 기성정치로 규정하고 입만 열면 쇄신을 부르짖는다. 상대의 존재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기존 정치의 장단점을 구분하기에 앞서 기득권으로 몰아세우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정치쇄신이 맘먹은 대로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겠느냐는 점이다. 논란이 없다면 그 자체가 더 이상한 일이다. 불과 며칠 전 ‘의원정수 축소 문제’ 하나만 놓고도 두 후보와 그 진영 간의 인식은 현저하게 달랐다. 정당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은 안 후보가 국회의원 수부터 줄여야 한다고 하자 문 후보는 대뜸 정당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정치쇄신 개별 과제 하나를 놓고 이처럼 상극인 양측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단일화를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합의사항으로 따지면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 추진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기로 한 다짐이 그것이다. 누구라도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단일화 논의는 무의미하며 언제라도 없던 것이 되고 만다. 적어도 합의사항을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전제에선 그렇다.
이러니 새누리당을 제쳐두고라도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한 억지 단일화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것이다. 두 후보가 정권교체용 단일화를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로 포장하려 애쓰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다만 말과 행동, 이론과 현실 간의 워낙 큰 간격이 미심쩍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 후보는 단일화 자체가 자신이 그토록 경계해온 기성정치로의 편입이라 시비해도 별 할 말이 없게 됐음을 알고 후속 행보에 나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