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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존경받는 그날은 언제쯤일까-김대우 국제팀장
브라질의 경제수도 상파울루 남부 이피랑가에 있는 ‘룰라 연구소’가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에 관한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기념관이지만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집권 노동자당(PT)의 지휘부 역할을 했다. 선거전략 협의는 물론이고 90명이 넘는 시장후보들이 룰라와 선거포스트럴 찍느라 바빳고 홍보방송도 이곳에서 제작됐다. 룰라 전 대통령과 연구소는 연립여권의 지방선거 승리에 일등공신이었다. 이런 위상 때문인지 요즘 연구소에는 노동자당 대표와 하원 원내대표, 브라질 최대재벌 에이케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 등 각계 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페르난도 루고 전 파라과이 대통령 등 전직 정상들은 물론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의 부인 나디네 에레디아 여사도 방명록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로 운영되는 이 연구소는 20여년간의 군사독재정권과 민주화 시기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룰라의 정치역정을 고스란히 담을 ‘민주주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중이다. 또 룰라 재임시절 추진된 중남미 및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와 기아퇴치를 목표로 한 ‘포미 제로(Fome Zero)’ 프로그램을 빈곤국에 전파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우선 드는 생각은 브라질에서 워낙 인기가 좋은 룰라 전 대통령이니까다. 하지만 앞서 대통령을 역임한 제1 야당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소속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에게도 기념관 격인 ‘iFHC재단’이 있다. 오랜 군부독재와 혼란으로 민주주의 역사가 우리보다 짧은 브라질이지만 전직 대통령 정치문화만은 우리를 앞서는 것 같다. 우리는 아직 퇴임후 국민들로부터 진정한 존경을 받는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후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너써클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군부정권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법정에서 심판받고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맞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성 검찰수사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보선·최규하·김영삼 대통령도 경륜을 펼치기보다 칩거해야 했다. 이러다보니 변변한 대통령 기념관 하나 없는 처지다. 올해 2월 사업착수 13년 만에 개관한 박정희기념관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김영삼 대통령 기념관,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생전 자신의 기념관이 세워지는 것을 봤다. 연세대학교에 문을 연 김대중 도서관은 사실상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 격이다.

그렇다면 내년 2월 임기가 끝내는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관을 보게 될까. 최근 내곡동 사저 특검 등 친인척 비리로 임기 말이 얼룩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으로 존재감이 없어진 이 대통령 역시 다른 전직 대통령들처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룬 위대한 대한민국인데 왜 존경받는 대통령이 없는 것일까. 전직 대통령 평가에 극도로 인색한 국민정서 때문인지, 진정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이 안나와서 그런건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대개 한 나라의 정치수준은 동시대 국민들의 수준을 반영하고, 정치지도자의 역시 국민 개개인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들 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인 이상 공이 있다면 과도 있는 법인데, 과오가 있다고 혹은 자신들과 가치관이 다르다고 역사적 인물의 존재자체를 깡그리 부정하려고 드는 편협성이 전직 대통령을 부정하는 세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민 대부분의 존경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나오는 그날은 언제쯤 일까. 적어도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 날은 가까운 시일 안에 올 수 있을까.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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