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의 철탑 농성이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규직에 차별받지 않는 근로조건을 위한 것이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600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공통된 바람이기도 하다.
정부는 5년 전인 2007년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차별시정제도’를 도입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불합리한 근로조건 차별을 막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차별 내용을 신고하고, 이를 시정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처음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연간 1000~2000건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 신청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때 반짝 신청이 몰렸을 뿐이다. 이후 차별시정 신청건수는 점점 감소해 지난해는 93건에 그쳤다. 그리고 올해 8월까지는 61건의 신청에 머물고 있다.
최근 노동위원회가 자체 발행하는 계간지 ‘노동과 심판’ 가을호에는 의미있는 정책연구보고서가 하나 실렸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것으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이다.
여기서 연구원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 신청이 급감한 점과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 중 불합리한 차별로 인정받은 경우가 7.4%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차별 인정을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 절반 이상이 고용이 종료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돌려 말하면 차별시정 신청을 하더라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으며, 차별로 인정받더라도 회사에서 쫓겨나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차별시정을 신청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도 급감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 같은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표구제신청제도, 노동위원회 조사관과 근로감독관의 직권제소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모든 제도는 완벽할 수 없다. 이 부분만 보완이 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은 좀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리고 차별받는 이들이 철탑에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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