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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변별력 없는 수능 대안은 입시 개혁뿐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당초 예상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와 일선교사들의 평가다. 그러나 올해도 ‘물수능’ 논란을 비켜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외국어영역에서 만점이 3% 가까이 나올 정도로 쉬워 난이도를 조금 상향 조정했을 뿐 전체적으로 ‘쉬운 수능’ 기조를 여전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출제당국도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내지 않고 EBS 연계율도 70%가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수능이 쉬워 사교육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는 말은 여태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변별력이 떨어지는 데 따른 부작용만 커지기 일쑤다. 주요 대학들이 수능 성적을 믿지 않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수능 성적으로는 누가 나은지 확실히 구별이 되지 않아 정시보다 수시 선발 비율을 높이고, 논술시험을 대학생도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능이 끝나기 무섭게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논술 강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쉬운 수능이 사교육을 줄이기는커녕 되레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시험이든 어느 정도의 변별력은 필수다. 시험을 치르는 목적도 개인간 능력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수능 직후 입시전문기관이 추정한 언어영역의 1등급 원점수 추정치는 96~98점이다.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안심할 수 있고, 배점 높은 문제는 1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미끄러질 판이다. 이쯤이면 실력보다는 실수가 등급을 좌우한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니 자신의 실력에 비해 높은 등급을 받는 이른바 ‘수능대박’도 종종 나온다. 이런 로또 수능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수능시험 체계 전반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 전제는 대학입시제도 자체를 확 바꾸는 것이다. 변별력 없는 수능성적 1, 2점을 사이에 두고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하고 그 점수에 맞춰 진학을 결정하는 획일적이고 몰개성한 입시를 언제까지 답습할 것인가. 이런 방식으로는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은 요원하다. 수능은 국가 주관 대입 자격고사 또는 말 그대로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보조적 기능 정도면 충분하다. 학생 선발은 수능 일정 성적 이상자를 대상으로 개개인의 적성과 특기, 내신성적 등을 바탕으로 각 대학의 인재 육성 방침에 맞춰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 사교육비 절감에도 더 효과적이다. 대선후보들도 구체적 입시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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