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위기·이민제도 개혁
연임성공 불구 갈길은 첩첩산중
감세요구 공화와 대타협 주목
오바마 리더십 다시 시험대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오하이오ㆍ버지니아 등 경합주를 휩쓸어 사상 첫 연임 흑인 대통령이라는 미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미 유권자로부터 새로운 4년을 위임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첫 번째 당면과제는 초당적 협력의 회복 문제다.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멕코넬 의원은 2010년 10월 “우리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임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년간 오바마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은 처절했고, 그 결과는 초당파주의의 실종이었다. 특히 2010년 미 중간선거에서 풀뿌리 보수주의 운동(Tea Party Movement)에 힘입어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된 이래 예산안, 국가채무한도 증액, 일자리 법안 등 주요 사안마다 철저히 비타협주의로 일관했다.
오바마는 당선 축하연설에서 “재정적자 축소, 세제개혁, 이민제도 개선 등 중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양당 지도자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역설하며 초당파적 협력을 요청했다.
여야 협력의 열쇠는 공화당이 쥐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향후 양당 협력의 성격과 한계가 규정될 것이다. 당내 온건파는 밋 롬니 후보의 패배를 공화당이 이민, 낙태, 동성결혼 등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접근해 무당파나 중도 유권자층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결과로 해석한다. 반면 극우 강경파는 롬니 후보가 공화당의 이념과 논리를 충실히 대변치 못해 패배했다고 보고 있다. 보수와 온건 노선 중 어느 쪽이 당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음으로 재정절벽(Fiscal Cliff)의 위험성이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 시효 만료와 정부예산 삭감은 내년 1월 1일 자동적으로 발효된다. 700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절벽은 미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확률이 높다.
양당 모두 신속히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증세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크다. 민주당은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감세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고소득층 증세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 방식에 있어서도 국방비 삭감과 사회보장, 의료지원 등 의무지출 삭감의 우선순위에 대해 양당의 생각은 판이하다.
셋째는 이민제도 개혁 문제다. 지난 20년간 히스패닉과 아시안계를 중심으로 비백인 소수인종의 비중이 급속히 늘어왔다. 2010년 기준으로 백인인구 비중은 72.4%로 줄어들었다. 히스패닉 투표자의 비중도 올해 10%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불법이민자 구제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됐다. 2010년 드림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롬니 후보가 불법이민자 구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함에 따라 히스패닉의 반(反)공화당 정서가 심화했다. 출구조사 결과 롬니 후보는 히스패닉 사이에서 40% 낮았고, 아시아인 사이에서는 거의 50% 이상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다. 오바마는 유세기간 미국의 미래를 위해 교육, 연구개발,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역설했다. 이는 21% 수준인 예산비중을 늘리거나 적어도 유지해야 가능한데, 20%대 이하로 낮추겠다는 공화당의 작은 정부론과 크게 대립된다. 극우 보수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감세, 규제완화,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빈부격차 완화, 중산층의 보호를 강조하는 오바마의 큰 정부론이 과연 험난한 정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오바마 리더십을 시험할 것이다. 오바마가 유권자가 부여한 두 번째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