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본질을 떠나 한가하게 정치쇄신에 함몰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대선후보가 마주 앉아 정책과 비전, 그리고 능력과 인물 됨됨이까지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내보여야 마땅하다. 유권자들은 이를 비교하고 따져 누가 과연 대통령감인지 숙고해야 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여태껏 본선에 누가 나갈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희한한 대선이 또 펼쳐지고 있다.
물론 정치개혁은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그러나 지금이 정치쇄신 문제에 매달릴 때인지 묻고 싶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가 가부간 결정될 때까지 기형적 흐름은 불가피하다. 정치쇄신을 하자며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대선을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단일화 작업의 첫 단계로 내세운 ‘새정치공동선언문’은 대선 일정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나마 문-안 후보 측이 이 선언문 문안 작성에 합의했다니 다행이다. 이제부터라도 밤낮 가리지 않고 오로지 단일화 여부 하나만 놓고 전념해야 할 것이다. 정치쇄신은 대선과는 별도로 해야 할 작업이다. 지금까지 나온 세 후보 진영의 정치쇄신안을 모아 모범답안을 추려내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가면 되는 일이다. 유사 내용을 놓고 자기 것이 옳다고 서로 우기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제안한 ‘정치쇄신협의체’ 구성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문, 안 후보도 긍정적인 이상 후보 단일화 작업과는 별개로 실무진을 따로 꾸려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무려 200가지가 넘는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세태에 맞게 세비도 깎고 면책특권과 회기 중 불체포 특권 등은 시대정신에 맞게 내려놓는 것이 옳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안 후보 측이 새 정치로 꼽는 중앙당 권한 축소, 국회의원 정원 감축 등도 이참에 깊이 고민할 사안들이다. 가급적이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또 보기에도 좋다.
정치쇄신은 선거철만 되면 큰소리를 내다가도 결국 흐지부지돼 왔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정치권이 합창하다시피 했다. 대선이 제대로 이뤄지면서 한편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이미 국회에는 정치쇄신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더 보완해 세 후보가 작심하고 실천을 선언하면 일사천리가 될지 모른다. 이런 점이 국민이 바라는 바다. 대선후보 토론 때 합의하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