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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박승윤> ‘표심’용 정부조직 개편은 ‘독’ 된다
정부 조직은 기능 중심으로 가야 한다. 바다 일을 모두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부활론에 대해 일부선 그렇다면 하늘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정책기능 강화보다 표심 잡기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벌금, 과태료 등의 세외수입이 3조6601억원 잡혀 있다. 올해보다 12%나 늘렸다. 작년 대비 올해 증가율은 2.2%에 불과했는데 내년 세입예산에는 이를 6배나 많이 잡았다. 아무리 단속 강도를 높여도 법규를 지키면 벌금을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벌금, 과태료 등의 세외수입은 보수적으로 적게 잡아야 하는데 이처럼 과다 전망한 이유는 뭘까?

기획재정부가 내년 균형재정 달성 목표를 지키기 위해 들어올 돈을 지출할 돈 규모에 맞추려 한 게 눈에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더 들어가면 대선을 앞두고 점화된 정부조직 개편 논의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단초가 보인다.

세입 부처와 세출 부처가 달랐다면 예산안을 짤 때 세입 부처는 들어올 돈이 적으니 씀씀이를 줄이거나 적자 국채를 발행하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반면 세출 부처는 꼭 써야 할 데가 많으니 세율을 올려서라도 세금을 더 걷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소득세율 개편을 검토했다. 그런데 개편을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벌금 등의 예상 수입을 대거 늘리는 꼼수를 부린 거다. 정부의 곳간을 채우는 부서와 곳간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결정하는 부서가 한 울타리에 있어서 가능한 해법이다.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경제정책 사령탑인 재정부는 언제부턴가 정부조직 개편 때마다 실험 대상이 됐다. 예산과 경제정책을 담당하던 경제기획원(EPB)과 금융ㆍ세제를 담당하던 재무부(MOF)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됐다. 공룡부처 재경원은 금융시장 감독 등에서 빈틈을 보여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로 몰렸다. 이후 예산 기능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 정책은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해 재정경제부까지 3개로 쪼개졌다가 이명박 정부 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체제가 됐다.

붙였다 떼었다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사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제 조직은 EPB(경제정책+예산편성)ㆍ재무부(금융+세제+국고)의 양두마차 체제다. 큰 시야에서 경제정책 방향을 잡는 EPB와 현안을 챙기는 MOF가 장-단기 정책, 세입-세출의 견제와 보완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빅3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ICT(정보방송통신)부’ ‘미래기획부’ ‘일자리청’ 등 이름도 생소한 부처 신설안을 내놓고 있다.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 폐지됐던 부처들도 부활시키겠다고 한다. 큰 정부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조직 개편의 방향이다. 정부 조직은 기능 중심으로 가야 한다. 항만 교통, 수산업 외에 해양자원 개발, 해양플랜트까지 바다 일은 모두 총괄하는 해양수산부 부활론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렇다면 하늘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정책기능 강화보다 표심 잡기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은 정책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큰 틀에서 적어도 20~30년은 내다보고 틀을 갖춰야 한다. 5년마다 정부조직을 뒤흔들면 국가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parks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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