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특검이 마무리됐으나 뒤끝이 개운치 않다. 이광범 특검팀은 부지 매입자금 12억원과 관련,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국세청에 바통을 넘겼다. 검찰 고발보다는 수억원의 증여세를 물리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제 국세청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또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3명에 대해서는 9억7000만원의 이익을 주고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무혐의 일색인 검찰 수사 결과가 뒤집어진 셈이다. 비리 검사 수사권을 놓고 경찰과 낯 뜨거운 이권다툼까지 벌이는 와중이어서 검찰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특검이 왜 필요한지 거듭 확인된 이상 특검 상설화 내지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새누리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권력형 비리 엄단을 대선 공약 우선순위에 두고 특검 상설화 등을 약속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특검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도 권력 앞에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검은 국민으로부터 수사권한을 위임받은 그야말로 특별검사다. 그러나 수사 대상이 버거운 상대여서인지 때마다 힘의 논리에 밀려 수사 자체가 순조롭지 못하고 내용 또한 부실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검이 특검다우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다.
이번에 특검이 지적한 대로 수사기간을 제한하는 현행 특검법부터 고쳐야 한다. 결정적인 단서 앞에서 법적 시한에 묶인다면 그 순간부터 특검이 아니다.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대통령이 거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대통령이나 그 가족이 수사 대상자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기간 연장 여부를 좌우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필요하다면 연장 불허 예외 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면 된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충분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응수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를 총평하는 격이다. 주요 관련자들이 참고인이라는 이유로 출석에 불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구인제도 필요하다.
대통령의 임기 후 거처가 되풀이 말썽을 빚는 자체가 민망하다. 사적 공간이기 전에 공적 공간이라는 인식만 해도 과욕은 막을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 일가를 포함한 권력 주변의 윤리의식 결여다. 번번이 당하고도 같은 길을 가는 청와대의 모습에 국민들은 배신감을 넘어 할 말을 잃는다. 무엇보다 권력형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한 예방만이 불행을 막는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