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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강우현> 일자리 살아있나?
수많은 문학·미술·음악 전공자
대학졸업후 문화 실업자 전락
무조건적 일자리 늘리기보다
삶의 질 고려한 고용 창출 필요


선거철만 되면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화두다. 기업이 잘 돌아가면 일자리도 안정될 터이니 지당한 말씀. 선거 때마다 풍년가처럼 들려오는 게 일자리 노래다. 최근 3년간 단체장과 국회의원선거를 거치면서 만들어주겠다던 일자리가 몇 개쯤 될까. 어림잡아도 130만개쯤 된다. 16개 광역지자체장이 1000개씩, 234개 기초단체장이 500개, 국회의원 200명이 5000개만 공약했다고 해도 16만+11만7000+100만개다. 대선을 앞두고 30만개쯤 더 만들겠다니 어림잡아도 160만개쯤. 물론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뺀 숫자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 경제불황을 반전시킬 선두에 설 만하다.

공공사업을 벌이건, 수출 확대를 하건 일자리가 늘어나면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감동이 없을까.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데 마다할 국민은 없다. 문제는 ‘일거리와 일의 질’이다. 일자리를 지속할 자원이 일거리다. 최근 한진중공업의 경우처럼 일거리가 없어 쉴 수밖에 없는 일자리도 많다. 공공근로나 억지공사처럼 세금 나누기식 일자리나 개수나 채우는 통계용 일자리는 국민기망이라 비난받을 수 있다.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겠다는 발상도 의심받을 만하다.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라는 게 뉴딜사업 하듯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기업의 참여가 없어도 가능할까. 최근 수년간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서 떼돈 벌었다는 기업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엑스포까지 치르면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을까. 그 이후에 얼마나 지속되고 있을까. 생활을 유지하면서 최소 1년 이상 적금을 부을 수는 있어야 일자리다. 지속되지 않는 일자리를 세금으로 나눠 쓸 바엔 차라리 세금을 덜 올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일거리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수십만 대학 졸업생이 자신의 취미나 전공을 좇아 취업하기 힘들다면, 전공을 포기해야만 좁은 취직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면 다시 교육문제를 들먹여야 할까.

문학ㆍ미술ㆍ음악특기자, 입학 때는 높은 경쟁을 뚫고 들어갔으면서도 이른바 ‘문화 실업자’로 전락해가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일의 질이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문화인데, 이들까지 공공근로로 연명하게 된다면 아무리 일자리를 늘려도 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올림픽이나 대전엑스포 당시에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휘장이나 캐릭터를 만든 디자이너는 국민예술가처럼 인정받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이름만 멋진, 허울만 남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같은 소수의 스타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질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많은 청년 실업자가 정부가 만들어주는 일자리,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겠다고 재수까지 하는 현실이 증거다. 게다가 대선주자는 공무원 수를 또 늘리겠다니 한때 부르짖던 벤처정신도 설 곳이 없다. 불투명하지만 미래에 도전하려는 벤처인이 만드는 작은 일자리가 많아져야하지만 대선주자의 외침은 공허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는 직업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 해당 전공을 받아들일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소에 들어가려고 해도 자격증을 요구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글 쓰고, 피아노 치고, 그림 그리는 데 자격증이라니.

불황도 끝은 있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해서 허드렛일을 권장할 것은 아니다. 청년 일자리가 중요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을 딛고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문화 일자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는 생활의 품격이고, 삶의 질을 지탱하는 자존심이다. 문화품격 시대에 대비한 문화 일자리가 아쉽다. 선거철마다 선동과 갈라치기가 판치는 가운데서도 문화의 바람에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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