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남미 오지에도 한류 팬이 있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 한국 사람이라고 얘기하면 필자도 잘 모르는 한국 노래를 얘기하는 현지인들을 지겹도록 볼 수 있었는데, 우유니에서의 경험은 아주 신선했다. 이제 K-팝과 싸이 바람이 미국과 유럽까지 불고 있으니 지구촌 곳곳으로 태풍처럼 번질 것이다.
이런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한국의 문화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대중문화수지(개인ㆍ문화ㆍ오락서비스 수지)는 매년 2억~5억달러 상당의 적자를 보였는데 올 들어 9월까지 373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연말까지 흑자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액은 많지 않지만 한국이 문화 수입국에서 문화의 수출국, 문화의 발신지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 1000만명 돌파와 맞물려 상호 상승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수지는 자동차나 IT(정보통신)기기, 선박과 같은 상품수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몇만달러, 몇억달러의 흑자보다 한국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세계인들이 이를 즐긴다는 것이 더 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 문화, 더 나아가 한국의 정신적 가치가 인정받는 것으로, 한국 상품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한단계 높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화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고 해서 이를 경제적ㆍ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류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개발계획 세우듯이 육성하려는 어설픈 정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문화수지 흑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보다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한국적 콘텐츠로 재생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려는 접근이 더 필요하다. 문화를 경제적 시각, 산업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문화의 생명력은 급격히 감퇴한다. 문화는 문화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과 그것을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하고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들이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한류를 즐기고, 한국문화를 향유하고, 한국의 관광지를 찾을 때 외국인들이 찾게 되고,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