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들이 하나같이 고꾸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적성한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9월 기준으로 10개 지표 중 7개나 하강국면을 보였다. 수출ㆍ수입액, 기업경기실사지수, 설비투자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모두 경제의 숨통인 수출ㆍ내수와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에 심각한 변고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은 더 심각하다. 유럽 위기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공통분모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3대 시장인 유럽ㆍ미국ㆍ중국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수출전선이 허물어지는 데다 잠복수치를 합치면 이미 1000조원대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소비를 바닥으로 밀어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야말로 외우내환(外憂內患)이다.
이미 유럽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이고, 대미 수출은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 수출이 그나마 두 자리로 버티지만 불안하다. 수출로 먹고살기에 우리의 대외의존도는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다. 수출 부진은 기업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투자 위축을 불러 일자리를 위협하고 소비를 얼어붙게 한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소득이 늘기는커녕 줄어드는 대신 부채는 누적되는 데다 하락세를 거듭하는 부동산은 자산가치와 거리가 멀다.
부동산 침체에다 환율전쟁,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등 차순위 악재도 만만치 않다. 환율 방어, 추가 금리인하 등 경기 부양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책당국으로선 선뜻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단기적인 수요 진작보다는 펀더멘털을 강하게 하겠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인위적 부양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펀더멘털, 즉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본의 장기침체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곧 우리 것이 되고 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00대 기업이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경기 부양’을 꼽았다고 하고, 전경련은 기업 10곳 중 6곳이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더 나쁠 것으로 본다고 한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는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국 경제도 동반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럴수록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재계는 정치권이 뭐라 하든 개의치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진력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성장동력의 핵심이다. 내년부터가 더 문제라는 경고, 새겨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