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최근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 추진 등 정부의 입양 아동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활발하다. 지난 8월 5일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도 입양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정부 조치가 입양 아동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고 유지해나가야 하는 입양 전문기관에서 입양특례법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입양 자체가 사실상 중단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선 입양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을 위해서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4개월 동안 법원의 허가를 받은 입양은 고작 2건이다. 입양특례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매달 200명 정도의 입양이 이뤄지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친생부모의 출생신고가 의무화되고 출생 1주일 이후에만 입양동의를 가능하게 한 ‘입양숙려제’ 등의 영향도 있다.
법원에서 입양과 관련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 상영되고 있는 저예산 영화 ‘바비’에서처럼 장기매매를 위한 불법 입양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양부모 자격 등에 대한 자격 강화와 면밀한 검토는 필요하다.
문제는 이 같은 절차가 또다른 ‘불법 입양’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입양 전문기관 등에 따르면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맡겨지는 아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홀트아동복지회의 경우 매달 70~80명의 아동이 맡겨졌으나, 입양특례법 시행이후에는 절반으로 감소했다. 동방사회복지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이 미혼모의 육아 증가에 따른 것이라면 기뻐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징후가 다수 감지된다. 최근 미혼모 아동을 받는 한 종교단체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이 크게 늘어났다. 또 인터넷을 통한 개인 입양이 활발해지는 모습도 포착된다. 입양특례법이 불법 입양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빠른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