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유머러스한 젊은 작가 최민석이 최근 소설 ‘능력자’를 펴내며 ‘작가의 말’에 털어놓은 속내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밝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작가다. 통장 잔액은 3320원. 월세는 신인 작가답게 다섯 달이 밀렸고, 보증금마저 거의 까먹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다.
8월의 땡볕, 아스팔트 바닥에 패대기쳐진 물고기마냥 뜨거운 바닥 때문에 살아남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작가는 파닥거렸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쓰고 또 쓰기다.
올해 횡재한(?) 중견작가 정영문은 굵직한 문학상 3개를 거머쥐며 1억원이 넘는 상금을 챙겼지만, 그는 16년 동안 “번역하는 기계처럼, 노예처럼 일했다”고 했다.
소설가의 주 수입원은 번역이었고, 많을 때는 1년에 7~8권까지 처리했다. 그러다 우울증과 불면증ㆍ어지럼증까지 생겨 번역 일을 못하게 되면서 지난 여름엔 “과연 이 여름을 넘길 수 있을까, 넘기지 말까 싶을 정도”의 극한으로 내몰렸다.
문단의 빈익빈부익부가 최근엔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전업작가의 상당수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반면, 10억원대 인세를 올리는 작가도 있다. 베스트셀러 쏠림현상 때문이다. 몇년을 끙끙대며 내놓는 소설은 아예 대접도 못받고 있다.
생활고와 지병으로 세상을 뜬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의 이름을 딴 예술인복지법, 일명 ‘최고은법’이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예술인복지재단도 출범했다. 이제 예술가의 삶은 ‘유니세프 같은 동정심’을 빌려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