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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럴드포럼 - 이기권> 청년취업, 현장능력 개발이 답이다
전문대졸 이상 965만명인데
‘괜찮은 일자리’ 581만개 그쳐
학생때부터 장기적 현장실습
실질적인 전공능력 키워줘야




중간고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며칠 전 늦은 밤. 학교 도서관 앞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힘내라고 샌드위치와 우유를 나눠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희망석인 따뜻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눠주려 했지만, 학생들이 추울까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나눠줬다. ‘즐겁게 공부해요’ ‘힘내요’ 등 짧은 한 마디만을 하면서…. 10월 들어 20대 후반의 취업자 감소가 가장 많다는 통계청 발표를 접한 까닭에 이들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청년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진 근원은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다. 2010년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의하면 1997년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괜찮은 일자리(공공기관, 대기업, 업종 평균임금 이상의 중견기업)가 530만개였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대졸 이상 졸업자도 비슷한 수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급이 일치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 2009년 말 기준 전문대졸 이상 경제활동인구는 965만명인데 괜찮은 일자리는 581만개에 그치고 있으니 청년들의 ‘일자리 찾기 경쟁’은 더욱 처절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어렵사리 취업해도 대학생이 전공을 살려는 경우는 썩 높지 않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대졸자의 전공 일치도는 65.9%에 불과했다. 교육 과정이 산업현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 대학은 철저하게 이론과 실습을 50:50으로 병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올해 취업률이 82.3%로 교과부 발표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1위다. 전공 일치도는 90%에 이른다.

이러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수요에 더욱 부합하고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지원 아래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기업 연계형 장기현장실습제도(IPP)를 올해부터 시범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3~4학년 동안 2회에 걸쳐 10개월을 기업현장에서 실제 일하면서 실질적인 전공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현장학습을 통해 학점을 부여받고, 월 100만원 이상의 학비도 번다. 참여 기업은 우수인재 사전확보 및 테스트, 실습기간 인력활용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3가지 요건이 반드시 함께 실행돼야 한다. 첫째, 학생과 교수 모두 그간의 노력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이 있어야만 성공이 가능하다. 학생은 장기현장실습으로 부족해질 수 있는 이론 전공 학점을 방학 기간 이수해야 하므로 여름ㆍ겨울방학 동안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아야 하고, 교수도 방학수업은 물론 현장순회지도도 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은 물론 대다수의 중견기업이 적극 동참해줘야 한다. 1970년대 중소기업이 지금은 세계를 주름잡는 대기업이 되었듯, 오늘의 중견기업이 미래의 세계 최고 기업이 될 것이라는 신념과 비전을 심어주고, 젊은 학생들에게 진취성과 혁신성ㆍ위험감수성 등을 아우르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배양시켜주어야 한다.

셋째, 학생들이 중견기업에 가서 장기실습에 참여한 후 자연스럽게 그 기업에 취업되도록 연결되어야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확산될 수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을 위한 진정한 일자리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과 2, 3차 협력업체가 진정한 상생을 통해 경영활동의 성과가 협력업체에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근로조건 격차가 상당부분 해소되어 중소기업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이러한 일자리가 965만개 이상이 되어야만 진정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내년 고용전망이 더욱 어둡다고 한다. 각 경제주체의 진정어린 통큰 타협으로 학생들과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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