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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청복(淸福)
외직에 나가서는 대장군의 깃발을 앞세우고 관인을 허리에 두르고, 내직에 들어와서는 비단옷에 수레를 타고 사방을 다스릴 계책을 듣는 것. ‘열복(熱福)’이다. 깊은 산속에서 삼베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샘물에 발을 씻고, 늙은 소나무에 기대 시를 읊는다. ‘청복(淸福)’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복(福)을 두 가지가 나눴다. 장삼이사(張三李四) 입장에선 화끈한 열복을 꿈꾼다. 하지만 한 편에는 욕심없이 맑은 샘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한 수 읊조리는 청복에 미련이 많다.

잊지 않고 다산은 어리석다고 얘기한다. “열복과 청복 두 가지를 모두 얻어 누리겠다”고 말하는 이를 “어이없다”고 자른다. “인생을 3기(期)로 나눠 전기에는 청복을 누리고, 중기에는 열복을 누리고, 말기에는 다시 청복을 누리겠다”는 사람은 더욱 어리석은 이다.

본인 스스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지만 다산은 열복과 청복을 고루 누렸다. 젊어서는 개혁군주 정조의 최측근, 정조가 세상을 뜨면서 고난의 유배생활이었지만 500여권의 방대한 저작의 모태는 18년 강진 유배지였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두고 아슬아슬한 설전이 오간다. 문재인 후보는 다른 것은 몰라도 성품은 훌륭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다. 안철수 후보도 좋은 느낌을 주는 인상에 다른 목소리가 거의 없다. 요즘 며칠은 그런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 만인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서 느낄 열복 때문은 아니겠지만 아쉬운 구석이다.

다산은 말한다. “하늘이 매우 아껴 주려 하지 않는 것은 청복이다. 열복을 얻은 이는 흔하지만 청복을 얻은 이는 몇 되지 않는다.”

다산 선생은 74세에 세상을 떠났다. 열복의 삶이 계속됐다면 누리지 못할 천수였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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