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가 밀고 당기는 사이 대선은 코앞이다. 그런데도 후보검증조차 깜깜이다. 과거 몇 차례 대선후보 단일화가 있었지만 그 과정만이라도 이번 같지는 않았다. 역대 최악의 후보단일화다.
동네에서 주워들은 우스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나온 군대는 공수부대가 아닌 ‘꼼수부대’이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안돼철수’, 둘을 합쳐 ‘쩨쩨문안’이란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를 지켜보는 시중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찬반 모두 사정은 같다. 말 그대로 ‘문안표 스트레스’다.
두 후보가 약속대로 어제 오전에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결과는 결렬이었다. 오후 재회 역시 허사였다. 결국 야밤에 눈물 짜듯 양보하며 ‘단일화 룰’에 근접했다는 게 오늘 아침 뉴스다. 전후반 헛발질하다 연장전까지 뛴 셈이다. 이 정도면 하다 못해 골목축구도 승부차기라도 한다. 아니면 무승부로 하고 각자 갈 길을 가든지 말이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며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약속한 지 보름여 동안 양측이 보여준 것은 파행이었다. 두 후보가 도중에 다시 나서 재협상을 이끌었지만 단일화 룰을 놓고 서로 삿대질만 일삼았다. 문 측은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했고, 안 측은 “천박한 이유”라는 표현까지 썼다. 결국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심이 문제였다.
엊그제 밤 두 후보의 맞짱 TV토론 뒷맛은 그래서 더 씁쓸했다. 아름다운 단일화, 감동적인 단일화를 합창해온 둘 사이에는 아름다움도, 감동도 결코 없었다. 마주 앉자마자 둘은 국회의원 수 조정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며 공들였다는 ‘새정치공동선언문’을 폈다 덮었다 바빴다.
토론에서 봤듯 평소 정치적 성향이 같다지만 실상은 현저하게 달랐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남북문제, 대선 최대 화두인 대기업 정책에선 물과 기름이었다. 간극이 더 벌어지기 전에 꾹꾹 눌러 덮으려 애쓰는 모습은 보기에 흉했다. 각기 내건 진정성과 참신성을 의심할 정도였다. 물론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차별성이 클수록 동질성이 무색해지는 모순에다 죽기 살기로 나섰다 한쪽이 지기라도 하면 지지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게 뻔하다.
두 후보가 밀고 당기는 사이 대선은 코앞이다. 그런데도 후보 검증조차 깜깜이다. 과거 몇 차례 대선후보 단일화가 있었지만 그 과정만이라도 이번 같지는 않았다. 역대 최악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오히려 안쓰럽다. 4월 총선 패배 후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여당 후보의 절반에 겨우 미치는 지지율의 후보를 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일화보단 모자라면 실력을 채워 공당답게 나서는 게 국민, 특히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다.
결국 야권 후보는 여론조사로 결판을 낼 것 같다. 그럴 바엔 그리 심각할 필요도 없었다. 후보 단일화에 관한 한 여론조사는 제비뽑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일국의 대통령 후보를 여론조사로 뚝딱 뽑는 예는 거의 우리가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수치다. 양 후보 측은 대선이 대선답지 않은 것 하나만으로도 그 어떤 호된 소리도 감수해야 마땅하다. 단일화가 이뤄지거든 이기든 지든 국민 앞에 머리부터 조아리기 바란다. 더 이상 대선이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다’는 ‘미망(迷妄)’이어선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