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년전 임란으로 얽힌 韓中日
지역통합시장으로 재탄생 준비
한국이 ‘역사적 我’로 우뚝서려면
기업경쟁력 높일 리더십 절실
올해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420주년이 되는 해다.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의 역사에 얽힌 동북아시아 3국 한국ㆍ중국ㆍ일본이 2003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수행한 10년간의 공동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20일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한ㆍ중ㆍ일 FTA가 타결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에 이어 제3위의 지역통합시장이 탄생한다. 세계 제3위의 지역통합시장이 탄생되면 3국 공히 경제 영토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경제 영토가 넓어지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자유가 커지지만, 각국 기업 간 경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FTA 시대에 경제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경쟁력 제고는 국가적 과제다. 기업경쟁력은 기업을 구성하는 개인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활동을 도와주는 정부경쟁력과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고 재교육하는 학교경쟁력의 총합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된다.
1592년 왜(倭)가 명(明)을 치겠다며 조선에 길을 내놓으라고 해서 발발한 전쟁이 임진왜란이다. 한반도는 초토화됐고, 문화재는 약탈당했으며, 국민은 포로로 잡혀간 뼈아픈 역사가 있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침략을 격퇴했던 고구려의 국가경쟁력만큼 조선의 국가경쟁력이 단단하지 못했던 탓에 임진왜란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임진왜란의 교훈을 살리지 못한 조선왕조의 피폐된 리더십은 결국 1910년 일본에 영토를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영토를 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말살하려고 획책하며 35년간 식민통치를 했던 일본은 지금 한국의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는 물론 독도의 봉우리 이름을 일본어로 명명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일본 군사력ㆍ경제력ㆍ외교력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그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문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국가가 존재하려면 ‘역사적(歷史的) 아(我)’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적 아’란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하는 자로, 비아(非我)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로 보았다. 단재 선생의 역사관을 FTA 시각에서 조명해 국가경쟁력을 정의한다면 ‘국가경쟁력이란 국가에 소속된 기업조직, 정부조직, 학교조직이 시간에 있어서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상속성(相續性)과 공간에 있어서의 영향을 파급할 수 있는 보편성(普遍性)을 갖는 경쟁력’이다.
생명력과 영향력이 있는 국가는 FTA 시대에 ‘역사적 아’로 존재할 수 있다. ‘역사적 아’로 존재할 수 있는 국가만이 국가 생명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이 ‘역사적 아’로서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학교가 할 일이 있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학교는 물론 기업이 인재에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 지금이라도 청년에게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해 국내외 일자리에 투입하는 인적투자를 해야 미래기회를 창출하는 생명력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가시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자국 기업에도 외국 기업에 주는 혜택을 똑같이 주어야 한다. 자국 기업이 외국 기업에 쉽게 인수합병될 수 있는 함정을 메워주어야 한다. 기업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를 튼튼히 해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국가경쟁력이 일본과 중국을 능가해야 FTA 시대에 제3의 임진왜란을 예방할 수 있다. 기업경쟁력이 제고되어야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며, 국가경쟁력이 제고되면 한국이 ‘역사적 아’로 우뚝 서서 ‘비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국가리더십이 긴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