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어려운 한 해가 될 겁니다. 후년이 되면 바늘구멍이 열리듯이 빛이 보이기 시작해 3년 후면 국운이 활짝 필 겁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무속인이 내놓은 내년 국운 점괘다. 요즘 수많은 경제전문가가 내놓은 잿빛 일색의 경제전망이나 한가지다. 매년 이맘 때면 트렌드 예측, 경제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이럴 때 ‘족집게 도사’로 이름을 얻은 이들은 단연 인기다. 그 중 ‘한 명성’ 하는 이가 HS덴트경제예측연구소의 해리 덴트다.
그가 유명세를 탄 건 1980년대 말. 당시 절정에 달했던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하면서다. 1990년대 초엔 3000을 밑돌던 다우지수가 1만선까지 오를 것을 정확히 맞히기도 했다. 그의 스킬은 다름아닌 인구구조에 따른 소비성향의 변화다. 덴트는 2020년까지는 소비위축이 이어지고, 몇년 내 다우지수가 380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의 리처드 왓슨 수석미래학자도 트렌드 분야에선 내로라하는 인물. 왓슨이 제시하는 향후 가장 강력한 전 세계적 트렌드는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다. 또 인터넷과 최첨단 정보통신기기에 의존적인 디지털라이프의 심화도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다.
예측전문가의 원조를 꼽자면 천재과학자이자 공상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를 들 수 있지 않을까. 그의 단편소설 ‘최후의 질문’에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알려주는 컴퓨터가 등장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현대인에겐 구원의 손처럼 여겨질 법하지만 소설 속 인간은 컴퓨터에 단순지식을 입력하는 ‘기계적 인간’이나 다름없다. 이 만능 컴퓨터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에너지를 얻지 못해 소멸위기에 처한 인간의 최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어정쩡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