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은 정치불신 반증
개혁 필요성 전국민이 인식
후보들 당선후 공염불 안되려면
대선전에 국회서 법안 합의해야
지난 금요일 밤 저녁식사를 하는데 핸드폰에 속보가 떴다.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선언.”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했다. 과거 노무현ㆍ정몽준 때보다는 좀더 의미있는 단일화를 예상했는데 기대가 너무 컸나. 노ㆍ정 때는 성향도 워낙 달랐고 기성 정치인인데 갑작스럽게 추진되었지만,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 후보는 참신한 정치 신인이었고 두 후보가 정책적으로 유사점이 많았기에 아쉬움이 크다. 정치공동선언문 작성만 이뤄지고 단일화 배경의 핵심인 정책 분야는 만들지 못하고 룰협상 과정에서 피말리는 계가만 하다 한 쪽이 포기한 상황이어서 실망하는 분위기다.
정치는 특히 결과보다도 과정이 더 중요하기에 당초에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두 후보는 기존 정치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번 단일화 협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많은 부담을 안게 되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 정치쇄신을 강하게 외치고 있다. 안 후보 사퇴 이후 오히려 정치쇄신의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박 후보는 정당의 대표로, 그리고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지도자로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정치 변화를 견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 기간은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어느 때보다도 많았고 그래서 국민의 정치불신이 심화한 시기였다. 갑자기 개혁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개혁은 정말 어렵다.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있고, 대통령 권한이 너무 센 지금 헌법을 고쳐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여야 모두 정략적으로 접근해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국회의원 불체포, 면책특권, 선거구 조정 등 예민한 문제는 변죽만 울리다 항상 용두사미가 되었다. 박ㆍ문 두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은 보통 각오가 아니면 구두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개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안철수현상은 기존 정당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나왔다. 안철수현상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개혁은 안 하고 말장난만 하다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만난 검찰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몇 가지 선행조건이 있어야 한다.
먼저 스스로 버려야 한다. 개혁은 인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인데, 자연적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손해 보는 집단의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치개혁으로 손해보는 계층이 누구인가. 정치인이다. 쉽게 되겠는가마는 이제 기득권을 내릴 때가 되었다. 안철수현상은 바로 외부(국민)로부터 정치인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다는 신호다.
정치인이 스스로 개혁하기 어렵다면 방법은 있다. 민간기구에서 만들고 국회는 통과만 시킨다는 합의만 하면 그만이다. 대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수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를 합의해야 한다. 헌법과 선거구제, 의원정수 조정, 국회의원 특권과 의원 징계제도 등이 이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국회는 치열한 논쟁은 하되, 궁극적으로 타협하는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리 제도를 바꾸어도 소용이 없다. 제도가 부족해 국회가 싸운 것은 아니다.
박ㆍ문 두 후보가 말하는 정치개혁은 대선이 끝나고 주도권이 국회로 넘어가면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앙금이 클 수 있어 합의에 의한 정치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우려된다. 새로 대통령 된 사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여야 가리지 않고 국회와는 충분히 협의하고 총리를 비롯한 내각에 권한을 분산시켜 책임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주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청와대만 쳐다보게 해서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그러면서 국회에 정치개혁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