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모호성이 여전하다. 후보 사퇴 열흘 만인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열흘 전 후보사퇴 때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했다. 여러분께서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 특유의 애매한 태도와 화법의 상을 차렸다.
특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말을 삼갔다. 행사 후에 문 후보를 만날 거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자신의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까지 했다고 한다. 더구나 자신의 뜻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쪽인지, 후보사퇴가 불가항력적이었다는 의미인지 헷갈린다.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분간이 쉽지 않다.
여야는 물론이고 장외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은 안 후보가 지지를 분명히 했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나 속내는 편치 않다. 기대치에 모자라도 아득하게 모자란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안 씨가 독자적인 정치적 출정식을 했을 뿐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두 진영이 일희일비하는 자체가 우습다. 특히 안 씨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마디에 목 뺀 민주당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안 씨의 남은 지지층을 포함한 부동층이야말로 앞으로 양 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억제로 끌고 간다면 이미 선거다운 선거가 아니다.
문제는 안 씨의 이런 어정쩡한 행보가 여전히 먹힌다는 사실이다. 안 씨의 태도는 더 냉정하게 보면 양다리 걸치기다. 이번에도 ‘국민’을 앞세웠고 그 대변자라도 되는 양 여야 두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데 더 날을 세웠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 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새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운다”고 일갈했다. 분명 작금의 선거운동 양태로 봐선 두 후보 모두 반성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안 씨는 스스로를 더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어떻게든 자신이 내세운 ‘새정치’가 여전히 절실하다는 점을 새삼 각인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분명해진 것은 대선고지 등정에 실패한 입장이고, 한결 더 장외에 서 있는 처지라는 사실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려면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기성정치로 편입되든지, 아니면 그야말로 새로운 정치의 때를 기다리든지 하면 될 일이다. 이것부터 아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하나하나 실천과제를 찾아 하는 것이 새정치의 순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