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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식 문화칼럼> "사람만이 웃을 줄 안다"
사람만이 웃을 줄 안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 중에 오직 사람만이 미소를 짓는다. 지구상 생물체 중 사람만큼 그 표정이 다양하고, 온갖 감정을 섬세하게 나타낼 수 있는 종(種)은 동물이건, 식물이건 없다.

육식동물이 사냥감을 발견하고 포효하며 짓는 표정이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피 튀기듯 다툴 때 짓는 표정은 볼 수 있으나 미소를 짓거나 웃는 얼굴은 볼 수 없다. 물론 동물들도 서로 감정을 드러나며 교감할 테지만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질 않는다. 특히 웃는 얼굴은 볼 수가 없다. 동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읽어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일반인들은 동물이 웃는 것을 알아채기 힘들다.

사람이 웃는다는 것은 꽤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웃음은 우리 삶에 있어 굉장한 힘을 갖고 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의 표정이 무표정하거나 찌푸둥할 때는 음식맛이 감소되거나 불쾌해진다. 그런 식당은 두 번 가기 싫어진다. 당연히 손님이 줄어들 것이다.

대인관계에서도 첫 인상은 무척 중요하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가 중요한 듯하지만 미소 지은 얼굴이냐, 아니면 무언가 못마땅해서 찌푸린 얼굴이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살짝 미소 지은 얼굴은 분명 좋은 얼굴이고, 그렇지 않은 얼굴은 나쁜 얼굴이다. 자주 미소를 지었던 사람은 그 표정이 늘 밝고, 친근감이 가게 마련이다.

흔히들 ‘40세 이후의 얼굴은 본인이 만든다’고들 한다. 그러니 가능하면 좋은 얼굴을 만들어야 할 것인데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 삶이란 미소 지을 일만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화 나고 짜증 날 일이 더 많은 게 현대사회 아니던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니 스트레스는 좀 많은가.

그래도 성공해 일가를 이룬 사람이나 일생을 성직자로 지내신 분들의 얼굴은 확실히 좋은 얼굴들이 많은 것 같다. 직업이 화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의 얼굴을 더 유심히 보게 된다. 그런데 TV에 나와 인터뷰하는 사람 중 아주 험난한 생활을 했음에도 좋은 얼굴을 지닌 이들을 볼 수 있다. 부단한 노력과 자기도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을 미워하거나 분노에 찬 삶을 살았다면 얼굴 표정이 원만해질리 없을 테니 말이다.

또 직업에 따라서도 얼굴 표정의 변화가 많을 것이다. 장군들의 굳게 다문 입과 힘을 잔뜩 준 시선, 훈련을 잘 받은 스튜어디스들의 환한 미소,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어린이를 닮은 표정, 감언이설로 사기치는 사람들의 선 웃음. 관심있게 우리네 주변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 표정은 실로 다양하다.

우리는 사람이고, 늘 사람을 만난다. 옷을 잘 입는 것도 중요하고 예의범절도 중요하지만 눈을 먼저 마주치며 표정을 짓는 일이 제일 먼저다. 그 표정을 표현하는 단어들도 참 많다. 음흉, 오만, 명랑, 단아, 위엄, 쾌활 등등. 좋고 나쁜 인상에 대한 표현이 참으로 많은 것이다.

얼굴이 좀 못생겼더라도 표정이 좋으면 분명 사랑받게 마련이다. 반면에 미끈하게 잘 생겼지만 표정이 어두우면 미움 받을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진리인데 인물화를 꽤 많이 그린 이 화가는 이제야 그 진리를 깨달아가고 있다.

글/이두식=홍익대 교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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