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대선후보 첫 TV토론은 전반적으로 부실했다는 평가다. 치열한 공약 대결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변별력을 제공하려는 목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책의 완성도와 이해도는 물론이고 추진력에다 리더로서의 자질과 품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크다.
우선 토론 구성부터가 문제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가세한 3자 구도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지지율 0.2%의 이 후보가 유력후보들과 똑같이 3분의 1 지분을 차지한다는 자체가 상식과 괴리가 너무 컸다. 물론 의석수 5석 이상의 정당이 토론에 참석토록 돼 있는 현행 선거법에 따른 것이지만 비현실적이라면 보완하는 것이 옳다.
잘못된 구성은 결국 토론의 질적 저하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토론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특히 통진당 이 후보는 시종 억지와 막말을 앞세워 정책토론에 흙탕물을 튀기기에 바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도에 대해 두둔해온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도 “북은 미사일이 아니라 하고 남쪽 정부에서는…” 식으로 북한 입장을 대놓고 대변했다. 이 후보의 예의 없는 행동도 입방아를 낳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상대방의 발언에 끼어들어 “됐어요” 하며 말을 자르고, 상대방의 실수에 면박으로 응대하고, 나아가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는 식의 모욕과 모독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후보가 개입된 토론이 잘 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이 후보는 자유토론을 하기보다 작심한 듯 감정까지 보태 미리 준비한 각본대로 자기 주장을 늘어놓는 데 열중했다. 질문과 답변이 겉돌아 동문서답이 되다 보니 토론의 맥이 끊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북의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한 박 후보의 질문에 엉뚱하게도 “사고가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회피성 답변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특정 후보가 비현실적이거나 선동적인 발언을 내놓아도 이에 대한 충분한 반박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토론자 선정은 물론이고 시간상의 제약 등 걸림돌이 너무 많다. 유권자들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박ㆍ문 후보의 맞짱 대결을 보고 싶어 한다. 미국 대선이 부러움의 대상인 것은 격조 있는 양자 TV토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권자들에게 후보 변별력을 심어주지 못하는 선관위 주관의 형식적 TV토론, 손질할 것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