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보수 대 진보 간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3~7%포인트 정도 앞서는 박 후보도 뒤지는 문 후보도 세 확장에 안달복달이다. 한쪽은 역전 위기가, 다른 한쪽은 지지율 고착이 두려울 것이다.
문 후보 진영에서는 소설가 황석영 씨를 비롯해 시민사회ㆍ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국민연대’라는 이름으로 결속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문 후보 지지를 막판 압박하고 나섰다. 이른바 야권 원로모임이라는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를 이끌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 후보더러 안 전 후보에게 차기정부의 지분을 대폭 보장하는 방식의 ‘권력 나눠먹기’를 제안할 지경에 도달했다. 물불 가릴 때가 아니라는 다급성이 엿보인다.
박 후보 진영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상도동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최근 합당한 선진통일당 이인제 전 대표 등 충청권 유력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상황이다. 5일에는 4월 총선 당시 ‘국민생각’을 창당, 보수진영의 한 축을 이뤘던 박세일 전 대표도 뜻을 같이했다. 더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에서 한광옥ㆍ김경재ㆍ안동선 전 의원이 힘을 합친 데 이어 ‘리틀 DJ’라는 한화갑 전 의원까지 합류했다. 문 후보 진영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대선은 차후 5년간의 새 지도자를 뽑는 이벤트일 뿐이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선거과정에서의 치열한 진영논리가 승패가 갈린 뒤에도 5년씩이나 더 극심하게 국론분열로 이어져 온 과거가 있기에 걱정은 클 수밖에 없다. 시급한 정책집행을 놓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국민들의 삶을 위축시킨 예는 비일비재했다. 미국의 경우도 민주ㆍ공화 양 진영 간의 첨예한 대결구도로 나라가 두 동강 날 지경이라지만 번번이 후유증과 부작용을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승화해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물론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 정치 쇄신을 거듭하고 이념을 보다 선진화한다면 정권교체는 하지 말라고 해도 국민들이 알아서 하게 된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 국가 전형 아닌가. 이번 양강구도 역시 공정선거만 이뤄지면 대선을 대선답게 하고, 또 득표율 50%를 넘는 대통령 탄생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박 후보는 국민 통합을 연일 부르짖고 있다. 문 후보도 상생과 통합을 외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보수ㆍ진보 대립을 국가 에너지화하는, 대통합의 리더십을 펼쳐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