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일련의 사정”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 시기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발사 시기 조정이 단순 지연인지, 무기한 연기인지, 아니면 발사 중단으로 이어질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엽적 또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장애 때문이라면 구태여 시기 조정을 밝힐 까닭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은 발사가 상당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이 경우 몇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중대한 기술적 장애나 정책의 변경을 상정할 수 있다. 기술적 장애라면 극복에 시간을 요하는 문제가 발생했거나 기상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원래는 북측이 김정일 1주기인 17일을 겨냥해 발사 시기를 정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방침을 변경하거나 철회하지 않았다면 연내 발사를 재시도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로서는 대북 경계상태를 늦출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무기한 연기 또는 발사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이 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압박이 전례 없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의 장거리 로켓 기술 진전과 핵 개발이 직접적인 본토 위협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발사가 강행되면 한ㆍ미ㆍ일 간에 이란 제재 수준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는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미사일 방어력을 갖춘 구축함 2척을 이미 작전해역에 투입했고, 일본도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을 이동 배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중국은 과거와 달리 단호하고 분명한 발사 자제 메시지를 발표함으로써 동북아 정세 불안정화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강력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런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북측이 무리하게 그것도 혹한기에 굳이 발사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무기한 중단으로 간주하는 편이 설득력을 지닌다. 동시에 대내용 효과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대외적 리스크가 너무 큰 발사 강행보다는 대외용 협상카드로 유보해두는 편이 훨씬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 ‘2ㆍ29 합의’와 관련한 대미 협상 재개과정에서 중요한 카드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어느 쪽이든 우리로서는 북의 미사일 정략에 언제나 완벽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틈만 나면 북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비확장과 군사시위를 강화하려는 일본의 음직임에도 항상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