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생계형 범죄가 기승이다. 가난 때문에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범죄의 늪에 빠지는 딱한 사연이 연일 봇물이다. 아기 분유 살 돈이 없어서, 손자들에게 만두를 먹이고 싶어서 할인마트 진열대를 넘보는 엄마와 할머니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런 생계형 주부 절도 사건이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주부 절도뿐이 아니다. 주부가 편의점 강도로 돌변하는가 하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가장, 얄팍한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통신 사기 등도 모두가 생계형 범죄들이다.
생계형 범죄의 증가는 우리 사회 전반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그만큼 짙다는 반증이다.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지수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그야말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진 것이다. 오죽하면 교도소에 가면 세 끼 끼니는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상가 천막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겠는가.
이른바 ‘떡 할머니’ 사건은 생계형 범죄의 대표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파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한 할머니가 새벽 시장에서 9만원 상당의 떡 상자를 발견, 무심코 들고가 동네 노인들끼리 나눠먹다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 바람에 이 할머니는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 2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행히 할머니를 돕겠다는 온정이 이어지고 사법당국도 전향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혀 당장의 어려움은 벗게 됐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 서민들은 범죄의 유혹에 너무도 쉽게 노출돼 있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지만 생계형도 범죄는 범죄인 만큼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엄정한 법 집행만이 능사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강국이라고 하지만 빈곤층은 오히려 늘고 있으며, 이들이 범죄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생계형 범죄는 결국 양극화가 초래한 결과물이다. 법 이전에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구조적 문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 대한 다각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범죄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아울러 이들이 최악의 빈곤에서 벗어나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업 교육 등 자활을 위한 사회안전망 대책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불황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