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싸이의 포털 사이트 연관 검색어로 두 가지가 추가됐다. 하나는 ‘반미’, 또 하나는 ‘사과’다.
지난 2004년 싸이는 록그룹 넥스트 5집 ‘개한민국’의 수록곡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에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싸이의 랩은 이라크 포로를 고문한 미군과 그 가족을 죽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싸이는 2002년에도 주한 미군 반대 집회에 참가해 미군 탱크 모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싸이의 이러한 과거 행적은 지난 10월 CNN리포트 등 일부 매체에 의해 기사화됐다. 그러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가족들이 참석하는 ‘크리스마스 인 워싱턴’ 자선공연을 앞두고 다시 관심을 모았다. 이에 싸이는 지난 7일 영문 보도자료를 통해 “부적절한 가사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내의 많은 싸이 팬들은 ‘후회’와 ‘죄송’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싸이의 사과와 관련한 보도를 착잡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헤드라인을 걷어내고 싸이의 사과문을 정독하면 그의 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싸이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표현의 랩에 대해 사과했다. 반면 당시의 반미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디어 아메리카’는 당시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던 반전 시위의 일부”라며 “이라크 전쟁과 장갑차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많은 미국인들이 싸이의 말춤을 따라추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한국과 미국의 자존심 모두를 배려한 발언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싸이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과대포장하거나 이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싸이는 대중들의 희로애락을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는 엔터테이너이다. 기존의 세련된 언어 대신 대중들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투박한 언어로 인기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어를 구사했던 것은 싸이의 실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국제가수’로서 싸이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책임질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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