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한파가 주춤하면서 전력 수급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10일부터 사흘 연속 적정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지는 ‘관심’ 경보가 발령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날씨가 풀려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올겨울은 수시로 혹한이 몰아친다니 언제 대정전(블랙아웃) 사태가 닥칠지 모른다. 실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난겨울 정도의 추위를 가정해 최대전력수요 예측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수요가 공급을 100만㎾ 이상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처럼 전기를 쓰면 작년만큼만 추워도 블랙아웃 상황이 닥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짝퉁 부품 파동으로 영광 5, 6호기를 비롯해 원자력발전기 5기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 전력 사정은 더욱 빠듯하다. 작은 발전기 1기라도 고장으로 멈추면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지만 당장은 아껴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당국이 비상시 대규모 수용가에 대한 수요관리를 한다지만 민간 소비가 줄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의 전력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거의 두 배다. 과잉 냉난방으로 여름에도 실내에서 긴팔 옷을 입고 겨울에는 반팔로 생활하는 전력 과소비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설령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전력대란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전력당국은 하늘만 쳐다보며 ‘에너지 절약’ 타령을 하고 있다. 지구 전역의 기상이변으로 폭염과 혹한이 반복되고 있지만 ‘수요관리’ 말고는 뾰족한 대응책도 없다.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 발전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에 만전을 기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이를 토대로 원전 추가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최대전력수요가 8000만㎾에 육박하는데도 2020년에야 7181만㎾가 될 것이라는 엉터리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당장 다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