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올렸다는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모 씨 개인용 컴퓨터에서 관련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이 16일 밝혔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며 그 아지트로 김 씨가 살고 있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을 지목했다. 그리고 당원 수십명이 몰려가 이틀간 출입문을 봉쇄하며 고발장을 내고 수사를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김 씨에 대한 인권 침해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막판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층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면 그야말로 반민주적인 일이다. 또 그 반대라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국가기관을 끌어들이고 국민을 속이는 꼼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든 국정원이든 수사 결과에 따라 무거운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경찰 발표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날 TV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된 직후 발표한 것은 국민의 판단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경찰이 개입한 관권선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경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찰 수사를 의뢰해 놓고 그 결과를 못 믿겠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집권을 하겠다는 제1 야당으로서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선거일이 임박해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미처 해명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선호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2002년 대선의 ‘병풍(兵風) 사건’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불거진 ‘나경원 1억원 뷰티숍’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의혹은 상대 후보자의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며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끼쳤다. 결국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뒤였다.
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의혹은 선거일 전에 마땅히 최대한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문 후보와 민주당은 경찰 발표 시기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무모한 의혹 제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니면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새 정치’를 하겠다면 이제는 억지와 꼼수의 정치는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