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에 이은 첫 부녀(父女) 대통령, 첫 독신 대통령이자 첫 공대 출신 대통령이다. 더 큰 의미라면 첫 과반 득표 대통령이자 최다 득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인생 역정으로 따지면 박 당선인보다 유별난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오늘을 기점으로 그저 과거사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앞날이다. 박 당선인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말의 성찬으로도 이토록 얻기 어려운 승리라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끝내 성공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일지 말이다.
박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통합이다. 당장 지지하지 않은 절반 가까운 국민들부터 보듬어야 한다. 보수, 진보 간 분열의 상처가 너무 깊다. 지역에다 세대, 빈부까지 우리 사회에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똑똑히 보았다. 당선 소감으로 ‘국민행복시대’를 강조하며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상대 진영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수준 이상의 탕평책을 내놓기 바란다.
비록 선거에는 패했으나 끝까지 분투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는 위로 이상의 박수를 보낸다. 결과에 승복하고 박 당선인에게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는 문 후보의 말을 민주당은 실천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비판과 견제는 하되 협력할 것은 아낌없이 협력하는 것이 자성의 길이고 또 당 재건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왜 국민들이 수권정당의 자격 부여를 유보했는지 제대로 알 때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우리는 기회 때마다 새 대통령과 그 정부를 미리부터 걱정해 왔다. 나라 안팎의 도전이 만만찮고 또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이 예고돼온 때문이다. 우선 승부에 급급해 남발한 공약부터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차라리 정권 인수보다 더 긴요한 일이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민생 부문에만 13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고집스럽게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무모함보다는 완급조절부터 하고 양해를 구할 것은 구하는 것이 뒤늦은 변명보다 국정에 더 효율적이다.
민생도 중요하지만 국가안보는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도 남북 대치상황에선 결국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장거리 로켓을 보란 듯이 쏘아대고 3차 핵실험까지 공언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가측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미국, 시진핑 체제의 중국, 새로 등장한 아베 극우정권의 일본 등 사면이 변수로 등장했다. 국제질서 재편에 과감히 뛰어들되,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점을 국민들이 헤아렸고, 대북정책에 각별한 분별력 발휘를 주문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욕은 금물이다. 당선인 혼자 해낼 수 있는 일들도 아니다. 국민의 단합된 에너지가 절실하다. 이제 선거와 승부를 떠나 앞을 보고 꿋꿋이 나서야 한다. 민생과 안정, 그리고 여성 대통령을 택한 이유가 곧 답임을 명심하면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