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홈베이스를 밟는 순간 우승이 확정된다. 혈전을 치르느라 만신창이가 된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승리를 만끽한다. 하지만 환희는 하룻밤뿐이다. 감독의 우승 소감은 항상 이렇게 마무리된다. “샴페인은 오늘 하루만 터뜨리고 내일부터 내년을 준비하겠습니다.”
18대 대선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선거 노정이었다. 투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75.8%는 지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체감 투표율’은 더했다.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혹한에도 한 시간 넘게 길게 줄을 늘어선 유권자들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혈투의 승자는 박근혜 당선인이다. 박 당선인과 지지자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환호했다. 19일 밤 광화문 광장에는 한바탕 축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고 승리의 일성을 날렸다.
꿈같은 밤을 보냈을 박 당선자와 새누리당이 당장 맞닥뜨린 건 엄혹한 현실이다. 박 당선인은 “우리 국민 여러분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또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제가 반드시 열겠다”고 약속했다.
말은 달콤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박 당선인의 능력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현실이 녹록지 않다. 박 당선인은 공약의 우선순위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가계부채 해소를 꼽았다. 하지만 그의 약속처럼 가계부채 문제가 눈 녹듯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없다. 뿐만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의 절반도 못 미칠 정도로 정체돼 있고 이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고 있다. 중산층은 이미 무너졌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은 우리로서는 손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누가 당선되든 반드시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야구 감독은 단 하루의 승리를 위해 364일을 고뇌한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의 방향키를 쥔 대통령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감은 야구감독에 비할 바가 아닐 터다. 축제는 하룻밤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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