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던 탕평ㆍ대통합과 한참 동떨어졌으며 지나치게 비밀주의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는 당선인 비서실장과 수석 대변인을 포함한 남녀 대변인 인선이다. 당장 당선인의 손발과 입이 될 사람들로 국정 운영과는 무관한 인사였다. 하지만 첫 인사는 인수위원과 새 정부 조각(組閣), 청와대 비서진 구성 등 본격적인 인선의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논란의 중심에는 윤창중 수석 대변인이 서 있다. 그의 극우적 가치관이 국민 대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즉각 “극단적 분열주의자로 인사를 철회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여권 내부에서조차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그런 측면에서의 정치적 마찰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의 이념과 가치관이 아니라 발탁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인사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당 관계자는 물론 가까운 중진들조차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오랫동안 박 당선인의 의중을 대변했던 이정현 최고위원도 발표 20분 전에 내용을 통보받았을 정도다. 이러니 이 최고위원이 인사를 발표하면서 의당 뒤따라야 할 배경 설명도 제대로 못했다. 이런 ‘깜깜이 인사’가 불안한 것이다.
인사에 있어 비밀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세력 간 힘겨루기나 로비 등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도 보안은 절대 필요하다. 더욱이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자체가 보안을 유지하며 요란스럽지 않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지나친 비밀주의는 거꾸로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선 극소수의 측근들이 정보를 독점하다 보면 자칫 전횡과 독단으로 흐르기 쉽다. 또 검증이라는 필수과정을 소홀히 여길 수 있다는 것도 맹점이다. 최소한 인선 내용을 알아야 할 사람들과는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고 경우에 따라 의도적 노출을 통해 여론의 검증을 거칠 필요도 있다. 인선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박 당선인에게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인사의 공정성이다. 박 당선인이 25일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질책하면서 ‘전문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대감의 반영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윤 수석 대변인 인선을 반면교사로 삼아 균형감각과 함께 더 투명하고 소통하는 인사를 해나가기 바란다. 그야말로 인사가 만사(萬事)라 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