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대구와 경북, 이른바 TK지역에 부는 탈(脫)지역주의 바람이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정치적 성향으로 보면 확고한 보수로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절대적으로 지지한 지역이다. 이곳의 유권자 80%가 투표해 80% 이상이 박 당선인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역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 얽매여선 안 된다며 박 당선인을 놓아주자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 뒷받침하고 나선 이가 김범일 대구광역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다. 김 시장은 엊그제 “당선인이 맘 편하게 뛸 수 있도록 대구가 큰마음을 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지사 역시 “당선인의 시대교체에 걸맞게 이번 대선이 공동체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경북부터 달라지겠다”고 거들었다. 박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군 김문오 군수도 “이런저런 연고를 따지며 지역 이권 챙기려다 욕 먹고 실패한 정권을 많이 봐왔지 않느냐”는 말로 대가성 연고주의 재연을 미리 경계했다고 한다. 말만으로도 훈훈한 느낌이 든다.
좋은 예는 더 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선두로,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이던 이학재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대선총괄본부장 등이 짐을 꾸려 자신의 원래 위치로 되돌아갔다. 특히 친박계 인사들은 논공행상에 눈감고 인사권역에서 비켜나겠다는 자세다. 이런 점에서 박 당선인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이 관광지 조성 차원에서 지난해 육 여사의 생가를 복원한 데 이어 기념관까지 건립하겠다고 나서 논란을 부른 것은 유감이다. 박 당선인의 시대교체 다짐과 결의에 티끌로 자리 잡지나 않을는지 걱정스럽다.
지역주의야말로 시대정신에 배치된다. 반목과 갈등, 전쟁으로 들끓던 지구촌이 글로벌이라는 용어로 한데 묶여 지식경제시대로 전환하게 된 것도 결국 탈(脫)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지역연고주의가 우리 사회와 국가 전반에 워낙 케케묵은 관행이기에 근절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무색무취해지길 바란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하나 둘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지역 간 정서적 차이를 메우고 감정까지 순화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 갈등요인은 점차 해소될 것이다.
이념 격차에서 비롯된 지역주의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세대 간, 빈부 간 갈등도 시급한 해결과제임이 확인됐다. 새해에는 이런 화두가 부디 자발적인 실천으로 전국 방방곡곡까지 퍼져나가길 바라는 맘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