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년사> 법치와 탕평, 성장과 나눔 시대로
계사년 새해 아침을 열며…
뱀띠해는 십이간지 중
음기가 번성하기 시작해
사상 초유 여성 대통령이
꽉 막힌 민심 확 뚫기를


멋진 대한민국이다. 18대 대선에서 여야는 잘 싸우고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건국 64년 만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미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중국도 없었던 여성 국가원수를 선출했다. 여성 투표권만 해도 선진국 프랑스가 1946년, 일본 1945년, 심지어 유럽의 행복국가로 알려진 스위스가 1971년인데, 우리는 1948년 건국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차별 없이 투표권을 부여했다. 민주주의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그녀에게 일생은 고단했다. 대통령의 딸로 부모 모두 총에 맞는 비운을 겪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20대 초 영부인 대행을 한 경험 외에 정치와 무관하던 그녀가 15년 전 입문, 부녀 대통령의 일을 치러낸 것이다. 독재자의 딸, 세상 모르는 공주 비난 등 모진 세파를 원칙과 신뢰로 이겨냈다.

당연히 주문과 기대가 크다. 우선 신자유주의 팽배에 따른 글로벌 경제가 가져온 양극화 현상의 축소와 일자리 창출이다. 지나친 시장주의 체제가 대기업 위주로 개편되면서 성장이 국부를 증대시켜도 중산 서민층과는 무관한 부익부 빈익빈 사태를 가져왔다. 대기업과 관련된 주주, 경영진, 노조원들의 기득권 보유자들이 만세를 부르는 동안 일터를 잠식당하는 중소 서민층과 비정규직에게 성장은 무의미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무역규모 2년째 1조달러 달성이 배고픈 서민에게 멀어만 보였다.

박 당선인이 처음부터 경제민주화와 민생을 들고 나온 것은 적절했다. 물론 이에 따른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5년간 적게 잡아 131조원을 예상하지만 야당 요구는 더 커서 재정 결딴이 걱정된다. 공약의 준수와 형편에 따른 선별은 다르다. 원칙에 앞서 박 당선인의 신축성을 바란다.

다음에는 탕평과 소통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1기에 자신과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재선 결과 2기 행정부에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바로 탕평이자 소통이다. 1469만표의 반대자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따라오게 하려면 시원한 탕평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청해 배려의 정치를 해야 한다. 배려 없는 사회는 황금이 굴러다니는 정글이 되기 쉽다. 108만표 차이의 다수결 원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긴 하나 만능약이 아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들 교수가 “민주주의는 다수결보다 시민들이 공동의 선(善)과 정의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무작정 다수결을 염려해서다.

또 이해득실이 판치는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게 법치다. 법을 제대로 만들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지켜진다면 법치야말로 선진국 잣대의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본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강자의 법이라고 폄하하지만 약자에게 법은 그나마 최선의 방어수단이다. 떼법으로 인한 사회혼란 부담은 약자가 더 크게 진다. 물론 사법부 독립과 판사들의 질적 개선, 입법부인 국회가 사전 충분한 토론과 합의로 공정한 법을 만드는 것은 대전제조건이다.

2013년 새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 강국의 원수들이 모두 새로운 면모로 나타난다. 박근혜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전향적인 새로운 관계 설정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쌓아놓은 한ㆍ미 관계 강화 초석이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으로 훼손되지 말아야 하며, 영토문제는 단호하되 말로써 문제를 일으키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안보와 경제, 두 가지 한국의 당면과제는 국제관계가 어떻게 원활히 설정되는지 여부에 명운이 달려 있다. 지금도 야당 측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폐지 또는 수정하라고 압박하나 이미 45개국과 FTA를 체결한 실적과 결과만 보아도 이는 억지 주장임을 누구나 안다. 우리 국민총생산의 97%는 무역에서 얻어진다. 미국뿐이 아니고 앞으로 중국, 일본과도 가능하면 FTA를 체결해야 할 입장이다. 당리당략으로 함부로 말할 게 아니다.

FTA 확대와 안보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상호 투자가 늘어난 처지에 북한이 핵 위협을 해와도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분명한 게 아닌가. 그런 판에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유도탄을 성공리에 발사해놓고 있다. 이게 무서워 제2의 한국전쟁 발발 시 미국이 추가 전투병 파견을 주저하거나 전쟁물자 수송을 기타 우방국들이 잘 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스쳐만 가도 아찔하다. 항상 핵 위협을 하는 북한의 강공 태세는 순식간에 현실화할 수 있는데 막연히 친북과 종북세력을 방관하다가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나라가 있어야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민생도 있다.

새해는 계사년(癸巳年), 뱀띠해다. 성서적으로 뱀은 간교한 나쁜 의미로 쓰인다. 다른 한편 뱀은 윤회, 영생, 풍요, 번영의 상징으로도 쓰인다. 하늘의 현상인 천문과 땅의 이치인 지리를 엮은 십이간지에서 뱀띠해는 그동안 번성해온 양기가 절정에 달해 이제부터 음기가 시작되는 해로 풀이된다. 음기가 꿈틀하는 해에 우리 여성 대통령 탄생은 절묘하지 않은가. 다만 겸손하고 배려하고 법치로 국정을 다루고 국민은 기다릴 일이다.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