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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박도제> 박근혜 당선인과 마이스터高
공약에 대한 관심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고 있다. 이는 법과 원칙, 그리고 신뢰를 강조하는 당선인에 대한 선호도와
포퓰리즘 공약은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엇박자를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를 맞아 책상을 정리했다. 일부 누락된 취재원의 연락처를 정리하기 위해 책상을 뒤적거리던 중 지난해 만났던 마이스터고 여학생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두 달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주최한 청년 고용 토론회에서 실업계고등학생 대표로 참석했다. 수줍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학생이 말한 내용을 다시 훑어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한 실업고 학생들의 느낌은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토론회 자리에서 그가 털어놓은 걱정과 우려가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인천마이스터고에 다니는 그 여고생은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전했다. 알바보다 낮은 월급에 불만을 품고 3개월 동안 두 번이나 이직한 친구 이야기에서부터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경기가 악화되면서 H그룹, S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에서 고졸 채용을 줄이겠다고 통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경기 악화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요구가 많은 고졸 채용을 줄이겠다고 일선 학교에 어름장을 놓는 것이 누가 봐도 옹졸해 보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자의 귀를 사로잡은 대목은 고등학생들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 학생은 현 정부의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마이스터고가 정권이 바뀌어도 잘 운영될 수 있을지 주위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고 혹시라도 마이스터고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는 뜻으로 들렸다. 고졸 취업의 경우 학력 인플레를 없애고 학벌 중심 사회를 고쳐나갈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다. 그럼에도 ‘제조업 이외의 특수 분야 마이스터고 지정 다양화’를 명시한 후보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이들은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학생의 경우 국민들이 어떤 공약을 가진 대통령을 뽑는가에 따라 투표권이 없는 일선 고등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최근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서점에서는 박 당선인의 공약집이 모두 품절됐다고 한다. 당선인의 정책 기조를 파악하려는 공무원과 공약 이행 여부를 감시하려는 야권 지지자의 구매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공약에 대한 관심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당선자가 모든 공약을 지킬 것을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민생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는 법과 원칙, 그리고 신뢰를 강조하는 당선인에 대한 선호도와 포퓰리즘 공약은 버려야 한다는 인식이 엇박자를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지키지 못한 공약이 더 많았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의 4년 성적을 D+ 정도, 공약 이행률은 40%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5년 뒤 박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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