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받던 나라가 주는 나라로
반도체 조선 초고속 인터넷 등
1등 제품 만들어 무역대국으로
현대사 박물관의 증언을 보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들어서는 감회가 새롭다. 2012년 12월 26일 역사적 개관식 다음 날 일반 관람이 시작되면서 바로 찾아간 것이다. 때마침 방학 중인 고교생 한 무리가 얽혀 있는 사이를 헤집고 3, 4층 전시관으로 올라가자 거기 역시 늙수그레한 장년층 틈틈이 학생들이 45년 해방 당시 사진과 유품, 미군 4만4000명, 국군 13만여명을 포함 400여만명이 희생된 6ㆍ25 한국전쟁 잔해들을 열심히 메모하고 있었다.
누군지 모를 학생 지도교사가 고맙다. 건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쟁을 극복한 이승만 박사와, 보릿고개를 넘어 지금은 인구 5000만명 국가로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하게 기초를 쌓은 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보여주기로 한 발상이 정말 고맙다. 아니면 하얀 백지 상태로 대학에 진학, 각종 이념 서클을 통해 무조건의 친북, 가진 자에 대한 증오, 반미 사상에 물들고 말 게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8년 8월 15일 이를 짓기로 공표한 것은 17대 대통령의 실적 1호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우선 위치가 좋았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거기다 조선조 대표적 성군인 세종대왕 상을 건물 앞에 두고 5000년 빈곤을 훌쩍 뛰어넘어 선진국 수준에 이른 한국의 현대사 면모를 세밀히 보여준다. 현 세대가 땀흘려 이룩한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언론인 출신의 전 서울시립대 총장이자 과기처 장관을 역임한 김진현 건립위원장이 4년간에 걸쳐 대한민국의 태동에서부터 기초 확립, 성장과 발전, 선진화 도약의 4개 테마로 집약, 정리한 것이다.
사실 우리의 현대사는 너무 멋지다. 자랑할 게 너무 많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공산화 위협을 넘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기초를 다지자고 박정희 대통령은 ‘잘살아 보세’ 구호 아래 산업화 기치를 올려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연 2년째 1조달러 무역규모를 달성한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켰다. 이 과정에 자유당 부정선거, 유신 독재, 인권 침해 등이 거슬리나 이제는 과거사로 덮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좌우만 보고 맴맴 할 수는 없다.
긍정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맹점인 일자리ㆍ빈부격차, 복지 확대 등에 힘을 모을 때다. 민주화로 무장한 유능하고 청렴한 지도자가 우리의 1등, 2등짜리 품목 등을 더 키울 수 있게 공동체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기운 양말을 신었다든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M1소총 구매 뒤 미국 무기상이 가져온 사례비를 돌려주며 그만큼 소총을 더 달라고 한 전설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이 때문에 역사 교육의 필요성은 한없이 크다. 자식과 주변 젊은이는 물론 지도자 자신들을 채찍질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어떤 회식 자리에서 한국전쟁 기간 동안 담배팔이, 신문장사 하던 경험담들이 이구동성 터져나왔다. 성공한 의사, 총장, 교수들 저마다 어릴 적 고생하던 추억을 갖고 그만큼 노력하며 자신들의 그림자를 살펴왔음을 드러낸다.
5대째 한국에 사는 전라도 태생 의사 인요한 씨가 북한에 갔을 때 얘기다. 안내자와의 대화에서 한국이 잘사는 이유를 박정희, 근로자, 어머니 등 3가지 요소라고 했더니 돌아온 안내자 대답은 북한은 소련에 줄 잘못 서고 남한은 미국에 줄 잘 서서 그렇다고 픽 웃더라는 것이다. 이에 인 씨 반격이 더 걸작. 그럼 필리핀은 100년 전에 미국에 줄 섰는데 지금까지 왜 못사는가 하니 입을 다물더라는 한 강연 내용이다.
역사박물관 건물은 과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청사였다. 바로 옆의 미국대사관 건물과 함께 필리핀이 50여년 전 가난했던 우리나라에 지어줬던 쌍둥이 빌딩 중 하나다. 이 자리에 지금은 필리핀이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 앞선 한국의 현대사 건물이 들어섰다. 아이러니하지만 역사는 돌고 돈다. 국민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