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첫 1년, 그것도 첫 내각인선에서 결판난다. 박 당선인이 이념과 계층, 연령별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대타협의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재풀(pool)로 급부상한 게 정영사(正英舍)라고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본인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1968년 서울대에 세운 기숙사다. 1979년에 설립된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宿)보다 무려 11년이나 빠르니, 일찌감치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꿰뚫은 박 전 대통령의 혜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정영사가 2013년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인재 요람이라고 한다. 어떤 정치색을 띤 것도 아니고, ‘고소영’처럼 특정계층을 대변한 곳도 아니니 딱히 흠잡고 싶지는 않다.
올해부터 중국을 이끄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중국의 8대 원로정치인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普三) 총리도 작은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총리 출신이다. 세습이긴 하지만 북한의 김정은까지 거론한다면 동북아 4국 지도자가 모두 격동의 20세기를 이끈 유력가문의 후예다. 박근혜 인수위 인사 가운데도 부친이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 일본 등 모두 이를 큰 문제를 삼지 않고, 좋은 집안에서 훌륭히 자랐다면이야 그리 흠잡을 건 아니지 싶다.
최초의 과반득표 대통령이 박근혜 당선자다. 당선 후 20여일인데 아직 ‘역시 잘 뽑았어’라는 말을 듣기는 쉽지 않다. 국민은 칭찬에 인색하다. 대변인 인사부터 삐걱거리더니, 박 당선인이 간여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선에서도 벌써부터 야당 반대가 거세다. 장고(長考) 끝에 내놓은 인수위원회 인선은 결국 정영사와, ‘박정희 인맥 2ㆍ3세’가 핵심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다면 당선인은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치인 박근혜의 15년 세월 동안 새롭게 발굴한 인재가 적어도 너무 적어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물론 지난 15년간 박 당선인을 보좌하거나, 정치역정을 같이한 측근들이 있지만, 대부분이 인수위라는 공(公) 조직이 아닌 비서팀 등 사(私) 조직에 배치됐다. 그러보니 취임 이후 청와대는 당선인의 가신그룹이, 정부는 ‘박정희 장학생’들이 장악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돈다.
박 당선인은 7일 “국민의 손톱 끝 가시를 뽑아주겠다”고 했다. 언뜻 참 자상한 말인데, 왠지 대통령보다는 영부인에게 더 어울리는 말처럼 들린다. 대통령은 국민들이 가시에 찔리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박 당선인은 꼭 대통령 임기만큼 영부인대행을 했다.
권력구조 개편 얘기도 솔솔 나온다. 청와대 내 대통령과 참모들의 거리를 좁히고, 총리와 장관들의 권한을 높이겠다고 한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세종시에 정부 기능 절반 이상을 보냈는데, 이젠 5분 거리가 멀다한다. 총리와 장관의 힘은 결코 작지 않다. 지금까지 실세 총리, 실세 장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취임 전부터 웬 꼬투리냐 할지 모른다. ‘죄를 주려고 하는데,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란 중국 옛말이 있다. 당선 때 지지율을 퇴임 때까지 가져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5년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첫 1년, 그것도 첫 내각인선에서 결판난다. 대통합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운 박 당선인이 이념과 계층, 연령별로 갈가리 찢긴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대타협의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