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주폭·묻지마 살인…
물질적 풍요만 추구한 대한민국
국민행복추진위 참신한 시도
‘행복증진법’까지 제정됐으면…
치열했던 대선이 끝나고 새해가 밝았다. 차기 5년의 국정을 책임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0일 당선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국민행복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그동안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했음에도 국민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인식에 필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왜냐하면 국민소득 수준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소득 분배 구조는 악화되며 빈부 격차가 심화됐으며, 복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건강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들을 보면 한국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그리스 다음으로 최고이며, 산업재해 사망률은 터키 멕시코 다음으로 최고 수준이다. 성폭력범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조폭보다 더 무섭다는 ‘주폭(酒暴)’과 이른바 ‘묻지 마 살인’은 이제 흔한 일이 돼가고 있다. 우리 국민은 밖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안으로는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 사회는 겉으로는 풍채가 그럴 듯하지만 속으로는 병주머니를 잔뜩 차고 있는 환자 같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2012년 갤럽의 행복도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148개국 중 97위, 2011년 OECD 조사에서는 34개 회원국 중 26위에 머물렀다. 같은 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3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여러 조사를 살펴볼 때 적어도 국민행복에 관해서는 대한민국이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낙제생 수준이다.
물질적 풍요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국부를 늘린다고 해서 국민행복이 뒤따라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박 당선인의 대국민 약속이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그 약속은 매우 적절하며 그런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설치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분야도 넓고 발상도 참신하다. 하지만 대선 공약 마련을 위해 서둘러 구성한 임시 조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국민행복증진위원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주목된다. 급조된 선거용 조직으로 막을 내릴 것인지, 아니면 임기 내내 국민의 행복을 지속적으로 챙기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으로 재탄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민생을 챙길 생각이 있다면 지금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개편해 상설 조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의미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이 되면 더욱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수렴해 국민행복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행복지표들을 구성해 해마다 행복지수를 조사하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행복지수의 목표치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등 정책 의지를 밝혀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민행복 증진을 위해서는 소득뿐 아니라 교육ㆍ의료ㆍ복지ㆍ고용ㆍ주택ㆍ교통ㆍ환경ㆍ문화ㆍ여가ㆍ지역 개발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영역들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지역 간, 계층 간 행복 격차를 해소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행복은 국가의 최고 가치다. 다음 정부에서도 이러한 가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민행복 증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의무로 규정해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점에서 필자는 국민행복에 대한 정책적 의지와 실천 수단들을 담은 ‘국민행복증진법’ 제정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