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성 화학물질인 염산이 대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 상주시의 폴리실리콘 공장에서 탱크 밸브 연결부위가 강추위로 얼어 터지면서 보관 중이던 염산 200t이 그대로 흘러나온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공장이 6개월 전부터 가동이 중단된 터여서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결국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니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당장은 피해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후유증의 소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유출된 염산이 공장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고 주변 대기에서도 오염이 측정되지 않았다고 하나 그런 정도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기체 상태의 염화수소가 주민들이나 가축의 호흡기로 흡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의 사고신고 자체가 늦었고 당국의 방제작업이 지연됐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염화수소가 다시 눈이나 빗방울에 섞여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인접 지역인 구미시 산업단지의 화학제품 업체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불러일으킨다. 당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00㏊ 이상의 농작물이 말라 죽었으며 주민들이 3개월 동안이나 대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사고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소홀했다면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번 사고 공장에서는 2년여 전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 추위에 있는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혹한의 날씨가 최근 전국을 휩쓸었고, 따라서 비슷한 여건에 처해 있는 화학물질 탱크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위험물질 보관탱크들에 대한 관리 실태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설령 가동이 중단된 공장이라 하더라도 안전점검이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학공장이나 업체가 몰려 있는 취수원에 대해서도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구미 불산가스 사고나 이번 염산 누출 사고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낙동강 수계가 하나의 사례다. 낙동강 주변에는 이 밖에도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 부지기수다. 낙동강 수계 곳곳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일정 부분 이러한 독성물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방지를 위해 감독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지도가 요구된다.